[한자 이야기]<1239>지와가 諫於王而不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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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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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齊나라 대부 지와가 靈丘(영구) 고을의 邑宰(읍재)를 그만두고 行刑(행형)을 맡아 보는 士師(사사) 벼슬을 청한 점에 대해서는 왕을 모시며 行刑과 관련해 諫言(간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도리에 맞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와가 사사가 된 지 서너 달이 지났지만 아직 그가 時事나 行刑에 관해 直諫(직간)했다는 말을 듣지 못하자, 맹자는 지와를 만나 ‘아직도 간언할 수 없단 말인가’라고 詰問(힐문)했다.

지와는 맹자의 비판을 들은 후 제나라 왕에게 간언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벼슬을 내놓고 떠났다. 그러자 제나라 사람은 맹자를 비판했다. 맹자는 어째서 지와에게만 守職(수직)의 책임을 다그치고 자기 자신은 제나라 왕이 進言(진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제나라를 떠나지 않느냐는 뜻에서였다.

不用은 지와가 간언한 말을 왕이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致爲臣은 致仕(치사)와 같다. 致는 返還(반환)함이다. 소이위지와는 지와를 위해 계책을 낸 것을 말한다. 所以自爲는 스스로를 위해 계책을 낸 것을 말한다. 곧 所以自爲謀(소이자위모)나 所以自爲計(소이자위계)의 준말이라고 보아도 좋다. 吾不知也는 나는 맹자가 스스로를 위해 계책을 내어 행하는 그 태도를 알 수가 없다는 뜻이다.

제나라 사람은 所以自爲(소이자위·스스로를 위한 계책)와 所以爲人(소이위인·남을 위한 계책)이 일치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맹자를 비판한 것이다. 所以爲人은 즉 所以敎人(소이교인·남에게 가르친 내용)이다. 이 비판 자체는 매우 타당하다. 우리는 흔히 자기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남에게는 책임을 가혹하게 묻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정말로 卑怯(비겁)한 일이요 뻔뻔한 일이다. 옛사람들은 그 둘이 일치하여야 진정한 군자라고 했다. 다만 맹자는 결코 所以自爲와 所以爲人을 달리한 것이 아니었다. 맹자 자신의 변론은 다음 호에서 보게 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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