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32>不受於褐寬博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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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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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자 公孫丑(공손추)에게 不動心(부동심)과 勇氣(용기)의 여러 종류에 대해 예시했는데, 가장 먼저 北宮유(북궁유)의 養勇(양용·용기를 기름)을 들었다. 앞서 보았듯이 북궁유는 살갗이 찔릴 참인데도 움찔하지 않았고 눈이 찔릴 참인데도 눈동자를 굴려 피하지 않았다. 또한 북궁유는 작은 모욕이라도 받으면 마치 자신이 사람 많은 곳에서 종아리를 맞는 것처럼 수치스럽게 여겼다. 위의 문장은 그 뒤에 이어진다. 여기서 맹자는 북궁유가 어떠한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아서, 험담하는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보복했다고 덧붙였다.

不受는 모욕을 받지 않는다는 말로, 목적어인 辱(욕)이 생략되어 있다. 亦不受의 뒤에도 목적어 辱이 생략되어 있다. 視 A 若 B는 A를 B처럼 여긴다는 말로, 앞서 나온 思 A 若 B와 같다. 刺(척)은 칼로 찔러 죽인다는 뜻으로, ‘자’로 읽지 않고 ‘척’으로 읽는 것이 관례이다. 褐寬博(갈관박)은 모포 같은 것으로 헐렁하게 대충 만든 옷으로, 천한 자의 의복을 뜻한다. 褐夫(갈부)는 헐렁한 모포 재질의 옷을 걸친 천한 자를 가리킨다. 無嚴은 두려워하고 꺼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惡聲(악성)은 험담하는 소리를 말한다. 必反之는 반드시 보복한다는 뜻이다.

북궁유가 만승의 군자를 칼로 찌르기를 마치 천한 옷 입은 자를 찌르듯이 보았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일컬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道義의 관념이 없었기에 그런 용기는 끝내 질서를 어그러뜨릴 우려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적인 복수를 容認(용인)하지 않는 것은 그 점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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