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29>曰 若是則夫子過孟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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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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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가 ‘선생님께서 지위를 얻어 王業(왕업)을 이루시게 된다면 恐懼(공구·두려워 떪)하고 疑惑(의혹·의문을 품고 헷갈림)하는 바가 있어서 마음이 동요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맹자는 자신이 이미 마흔의 나이에 不動心(부동심)을 하였다고 했다. 그 대답은 공자가 마흔 살에 不惑(불혹·의혹하지 않음)했다고 한 것과 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자 공손추는 ‘그와 같다면 선생님은 맹분보다도 훨씬 뛰어나십니다’라고 칭송했다. 맹분은 옛날의 勇士(용사)로, 살아 있는 소의 뿔을 뽑을 정도로 힘이 셌다고 한다. 夏育(하육)이라는 사람과 나란히 거론되어 그들의 용기를 賁育(분육)의 용기라고 한다.

그런데 맹분의 용기는 血氣(혈기)의 용기이므로, 공손추가 맹자의 不動心을 맹분의 용기에 빗댄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맹자는 告子(고자)라는 인물의 경우와 자신을 비교해서 부동심의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해설하고자 했다. 옛 주석에 따르면 告子는 이름을 不害(불해)라고 하는데, 유학과 墨子(묵자)의 사상을 겸하여 공부하고 또 맹자에게 수학한 일이 있다고 한다.

若是는 ‘이와 같다면’이다. 여기서는 ‘선생님께서 卿相(경상)의 지위에 올라 도를 행하셔서 覇者(패자)나 王者(왕자)의 王業(왕업)을 성취하더라도 不動心하신다면’이란 말이다. ‘夫子過孟賁遠矣’에서 ‘夫子過孟賁’은 ‘선생님께서 맹분보다 뛰어나심’이란 뜻으로, 전체 문장의 주어이다. ‘遠矣’는 ‘멀다’, 곧 ‘격차가 상당하다’는 뜻으로, 전체 문장의 술어이다. 先我는 ‘나보다 앞서’라는 뜻이다.

맹자가 활동한 시기는 이른바 百家爭鳴(백가쟁명·많은 학자가 자기 설을 주장하여 논쟁함)의 시대였다. 그렇기에 공자와 달리 맹자는 같은 시대의 다른 사상가들과 늘 비교되고는 했다. 그뿐만 아니라 맹자 자신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학설과 처지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맹자의 이 적극적인 논쟁 방식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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