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68>對曰昔者에 公劉好貨하더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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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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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泰山(태산)의 明堂을 훼철하지 말고 王政을 실행하라고 권면했으나 선왕은 자신에게 재화를 좋아하는 性癖(성벽)이 있어서 왕정을 실행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맹자는 재화를 좋아한다는 뜻을 달리 해석하여 그것이 오히려 王政 실행의 조건일 수 있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특히 맹자는 ‘시경’ 大雅(대아)의 ‘公劉(공류)’편을 인용해서 군주가 재화를 좋아하되 그 마음을 미루어서 백성을 부유하게 만들고 충분한 준비 후에 도성을 옮기는 등 나라를 크게 한다면 오히려 재화를 좋아함이야말로 왕정의 기본일 수 있다고 논증했다. ‘시경’ 등 고전을 인용하는 방식은 맹자가 활동한 전국시대의 변론가들이 즐겨 사용한 수사법이다.

公劉는 周나라 선조 后稷(후직)의 증손에 해당한다. 乃積乃倉은 곡식을 野積(야적)하고 또 창고에 수납함이다. 후糧(후량)은 마른 양식이다. S(탁)은 밑이 없는 자루, 囊(낭)은 밑이 있는 보통의 자루이다. 思집用光의 思는 ‘∼하고자 한다’는 뜻, 집(집)은 安集(안집·백성을 편안하게 함)의 뜻, 用은 以의 뜻, 光은 光大(광대·나라를 크게 함)의 뜻이다. 斯張은 ‘이에 펴놓다’인데, 준비한다는 뜻이다.

干戈는 방패와 창, 戚揚은 각각 도끼의 일종이다. 爰方啓行의 爰은 ‘이에’, 方은 ‘바야흐로’, 啓行은 출발함이다. 이것은 공류가 빈(빈)이란 곳으로 도읍을 옮겨감을 말한다. 如는 ‘만일’의 뜻이다. 居者는 머물러 있는 자를 말한다. 과糧은 囊S(낭탁)에 싼 마른 양식이다. 同之는 재화를 공유함이다. 於王何有는 ‘왕 됨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로, 何有는 何難之有의 준말이다.

맹자에 따르면 王政을 위해서는 군주의 재화 욕구가 오히려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도 지도자가 재화에 관심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다. 재화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확충하여 사회 구성원 전체를 풍요롭게 만들려는 뜻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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