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34>曰王之好樂이 甚이면 則齊其庶幾乎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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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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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왕은 음악을 좋아했다. 그 신하 莊暴(장포)는 왕이 음악을 좋아함이 국가 통치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여 맹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맹자는 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나라가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날 왕을 만났을 때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는데, 왕은 자신이 선왕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이라고 하면서 부끄러워했다. 그러자 맹자는 위와 같이, 지금의 음악이 옛날의 음악과 같으며 왕이 음악을 대단히 좋아한다면 제나라는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王之好樂부터 齊其庶幾乎까지, 맹자가 제나라 왕에게 한 말은 그 자신이 앞서 장포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王之好樂甚에서는 王之好樂이 주어, 甚이 술어이다. 則은 가정(조건)과 결과를 이어주는 접속사이다. 庶幾는 ‘∼에 가깝다’는 뜻이고, 乎는 추정의 의미를 지닌 종결사이다. 곧, 其庶幾乎는 잘 다스려짐에 가까우리라고 추정하는 말이다. 今之樂은 제나라 왕이 말한 世俗之樂이고, 古之樂은 제나라 왕이 말한 先王之樂이다. 由는 猶와 발음이 같아서 통용된 것으로, ‘∼과 같다’는 뜻이다. 石經(석경)이나 송나라 텍스트에는 由가 아니라 猶로 되어 있다고 한다.

맹자는 今之樂(世俗之樂)이 古之樂(先王之樂)과 같다고 했다. 음악의 구성이나 형식이 같다고 본 것은 아니다. 맹자는 음악 享有(향유)의 환경에 주목하여 그 둘이 같을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왕(제후)이 음악을 백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음악의 향유가 治國(치국)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今之樂이 古之樂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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