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51>擇可勞而勞之어니 又誰怨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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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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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진다. 子張이 공자가 從政의 다섯 가지 덕목으로 거론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청하자, 공자는 五美 전체에 대해 敷衍(부연)하였다. 위는 그 가운데 勞而不怨을 부연한 말이다.

擇可勞는 백성들이 스스로의 건전한 욕구와 관련이 있어서 수고와 노동을 감내하겠다고 나서는 일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정약용은 흥리어환(興利禦患·이익을 일으키고 환란을 막음)의 일을 말한다고 풀이하였다. 농경에 필요한 보와 저수지 수축, 도로와 교량의 건설이나 하천의 준설, 공동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산림 개발과 어장의 확보, 외침에 대비한 군사훈련과 방어진지 구축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誰怨은 ‘누가 원망하겠는가’로도, ‘누구를 원망하겠는가’로도 풀이할 수 있다. 誰를 주어로 볼 수도 있고, 의문문에서 목적어인 의문사가 앞으로 나왔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전기의 金守溫은 文義縣(문의현) 民和樓(민화루)의 축성을 기념하는 글에서, ‘누정은 없어도 되지만 백성은 없어서는 안 되고, 누대는 낮아도 되지만 백성들은 수고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이 누대만은 安民(백성을 안정시킴)과 富民(백성들을 부유하게 함)을 이룬 뒤 백성의 뜻에 따라 지은 것이어서 民和(백성들과 화합함)의 상징이라고 칭송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子張’편 제10장에서 子夏는 위정자들이 주의할 점을 지적하여 ‘君子는 信而後에 勞其民이니 未信則以爲(려,여)己也니라’고 했다. ‘군자는 백성들에게 신임을 얻은 뒤에 백성을 수고롭게 하나니, 신임을 얻지 못하고 수고롭게 하면 백성들은 군자가 자기를 괴롭힌다고 여긴다’는 뜻이었다. 자하는 위정자의 신뢰성을 중시한 데 비해 여기서의 공자는 백성들의 건전한 욕망을 중시하였다. 두 관점 모두 오늘의 위정자들에게 절실하게 요청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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