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50>因民之所利而利之니 斯不亦惠而不費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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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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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진다. 子張의 질문에 응해 공자는 五美를 높이고 四惡을 물리치면 政事에 종사할 수 있다고 대답하였는데, 자장이 五美에 대해 물었으므로 그 내용을 설명했다. 그런데 다시 子張이 五美의 惠而不費란 무슨 뜻이냐고 묻자, 공자는 五美 전체에 대해 敷衍(부연)하였다. 위는 그 가운데 惠而不費를 부연한 말이다.

因民之所利는 ‘백성들이 스스로 이익으로 여기는 것에 근거해서’라는 뜻이다. 利之는 그들을 이롭게 한다는 말이다. ‘맹자’ ‘盡心(진심) 上’의 ‘殺之而不怨하며 利之而不庸이라’는 말은 이 구절과 통한다. ‘맹자’의 구절은 ‘죽여도 원망하지 않으며 이롭게 하여도 功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백성들이 싫어하는 바에 의거해서 악한 자를 제거하는 것이지 백성을 죽이려 하는 데 마음을 두는 것이 아니므로 백성들이 원망하지 않고, 백성들이 이롭게 여기는 것에 의거하여 이롭게 해주는 것이지 억지로 이롭게 해주겠다는 마음을 두지 않으므로 위정자가 자기 공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백성들의 욕구를 고려하여 백성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일은 ‘서경’ ‘周官’의 ‘令出惟行(영출유행) 弗惟反(불유반)’이란 말과도 상관이 있다. 곧, ‘명령을 내는 것은 순순히 행하려 함이지 역행하려 함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백성들이 스스로 이익으로 여기는 것이란, 선량한 일반인이 자기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정당하게 욕구하는 바를 가리킨다. 백성이 부당한 욕망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은 전제하지 않으니, 백성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 태도가 낭만적이라면 낭만적이다. 하지만 백성들의 양심과 건전한 욕망을 신뢰하는 그 정신자세야말로 오늘날 위정자들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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