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36>君子一言에 以爲知하며 一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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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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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시대에는 공자가 많은 제자의 존경을 받는 데 대해 의문을 품거나 심지어 시기하는 인물이 꽤 많았던 듯하다. ‘논어’ ‘子張’의 제23장과 제24장에서는 노나라 대부 叔孫武叔이 공자를 험담했다. 오늘 나오는 제25장에서는 陳子禽(진자금)이 子貢의 공자 존숭 태도에 의문을 품었다. 진자금은 이름이 陳亢(진항)이되 공자의 제자라는 설과 자공의 제자라는 설이 있다.

이 장의 대화 내용으로 보면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듯하다. 진자금은 자공에게 “선생은 너무 겸손합니다. 중니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어찌 선생(자공)보다 뛰어나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자공은 군자란 존재는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타일러 위와 같이 말했다. 爲知와 爲不知의 知는 智와 같아서, 지혜롭다는 뜻이다. 以爲는 ‘∼라 여긴다’는 뜻의 판단동사다.

퇴계 이황은 柳希春이 자신의 저술을 칭송하는 서찰을 보내오자 “보내주신 글월은 준엄하고 절실하게 제 迷執(미집)을 지적하는 뜻을 담은 말씀이 한마디도 없고 크게 칭찬하고 외람되게 존중하는 말씀을 하셨으니, 이래서야 어떻게 붕우에게 忠告하고 責善(책선)하여 仁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도리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어 “군자는 한 마디 말에 지혜롭다 하며 한 마디 말에 지혜롭지 않다 하는 것이거늘, 그대가 남을 허여함을 이렇게 신중하지 않게 하시니, 비단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저 남들이 그대를 비웃고 비난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라고 했다. ‘말을 신중히 하라’는 자공의 가르침을 남을 비판하는 뜻으로 사용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과도한 칭송을 경계하는 말로 사용한 것이니, 그 마음가짐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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