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07>變 卦(변괘)

  • 입력 2003년 8월 1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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變 卦(변괘)

變-변할 변 卦-점괘 괘 耕-밭갈 경

貫-꿸 관 革-가죽 혁 突-갑자기 돌

한중양국 모두 農耕民族(농경민족)으로 살아오다 보니 자연히 그에 따른 國民性(국민성)이 형성되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든다면 아무래도 動的(동적)이기보다는 靜的(정적)이며 變化(변화)보다는 安定(안정)을 選好(선호)하는 國民性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땅을 중심으로 평생, 심하면 수십 대에 걸쳐 움직이지 않고 붙박이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또 농사가 春耕秋收(춘경추수·봄에 밭 갈고 가을에 수확함)로 일견 變化가 많은 것 같지만 사실 그 일은 조상 대대로 수천 년 동안 반복되었다.

이런 國民性은 言語(언어)에서도 드러나는데 動과 變으로 이루어진 단어가 좋은 뜻을 가진 것이 별로 없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다음을 보자. 煽動(선동) 蠢動(준동) 暴動(폭동) 亂動(난동) 變死(변사) 變心(변심) 變節(변절) 變質(변질) 變態(변태). 물론 이 둘을 합친 變動(변동)도 그리 좋은 뜻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不動과 不變을 美德(미덕)으로 알았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으며 處世(처세)든 學問(학문)이든 일단 한 번 마음먹었으면 변치 않고 始終一貫(시종일관)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우리나라나 중국 모두 하루아침에 왕조를 뒤집어엎는 ‘革命’(혁명)을 기피하였으며 중국에서 ‘變法’(변법)이 성공했던 예가 역사상 없었다. 이 모두가 급격한 變化를 싫어하는 國民性 때문이 아니겠는가.

變卦는 周易(주역)에 보이는 말이다. 陰爻(음효. --)와 陽爻(양효. 一)가 3개 합쳐 하나의 卦를 만들어 총 八卦(팔괘)를 얻고 八卦를 다시 중첩시켜 重卦(중괘) 64괘를 얻는다. 이것을 해석하여 陰陽變化(음양변화)의 원리를 연구하였으며 나아가 인간의 吉凶(길흉)을 점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陰陽의 變化나 吉凶의 造化(조화)는 卦爻의 위치변화에 의한 것으로 위치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卦爻가 상호 변화함으로서 새로운 卦를 나타내는 것을 變卦라고 한다. 후에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나 마음을 갑자기 뒤집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突變(돌변), 豹變(표변)이라고나 할까. 물론 좋은 뜻은 아니다.

이번에 북한이 變卦하고 나섰다. 즉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갑자기 불참하겠다고 하더니 하룻만에 다시 참가하겠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變卦의 책임을 우리 측에 轉嫁(전가)하였지만 그 속내가 궁금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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