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78>觀 望(관망)

  • 입력 2003년 6월 3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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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 望(관망)

觀-볼 관 望-볼 망 察-살필 찰

遠-멀 원 狼-이리 낭 腰-허리요

觀은 본디 관(황새 관)과 見(볼 견)이 결합된 뒤 너무 복잡했으므로 후에 ‘새’를 뜻하는 ‘鳥’가 생략된 형태다. 일종의 다이어트를 한 셈이다. 곧 ‘황새가 보는 것’이 觀으로 ‘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황새는 독수리처럼 시력이 뛰어나 작은 먹이도 쉽게 찾아낸다. 그래서 觀이라면 그냥 물끄러미 보는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보는 것을 뜻한다. 觀相(관상) 觀點(관점) 觀察(관찰) 客觀(객관) 主觀(주관)이 있다.

望은 본디 臣, 月, 壬의 결합인데 臣은 신하, 月은 달, 壬은 朝廷(조정)을 뜻하는 廷에서 인(인)이 생략된 것이다. 곧 望은 朝廷에서 신하가 임금을 쳐다보듯이 달, 그것도 보름달을 보는 것이다. 따라서 望의 본디 뜻은 ‘보름달’이다.

휘영청 밝은 정월의 보름달은 클 뿐만 아니라 새해 처음으로 선뵈는 달인 만큼 누구나 쳐다보면서 그해의 소원을 빌게 된다. 여기서 望은 ‘보다’, ‘바라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望樓(망루) 望遠鏡(망원경) 望鄕(망향) 渴望(갈망) 希望(희망)이 있다.

따라서 觀望은 ‘바라보다’는 뜻으로 선뜻 決行(결행)하지 않고 情勢(정세)나 形便(형편)을 두고 보는 것을 뜻한다.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愼重(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觀望은 훌륭한 처세방법이 될 수도 있다. 1618년 後金(후금)의 누르하치가 明(명)나라를 치자 明이 朝鮮(조선)에게 援兵(원병)을 요청해 왔다. 당시 光海君(광해군)은 壬辰倭亂(임진왜란) 때 明나라가 우리를 도와준 적도 있고 해서 都元帥(도원수) 姜弘立(강홍립)에게 1만대군을 주어 보내기는 했지만 괜히 後金을 자극하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몰래 密旨(밀지)를 내려 ‘觀望’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觀望은 기회주의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危急(위급)에 빠진 상대방으로부터 구원의 요청이 있을 때 좌우를 살펴 觀望의 자세로 임했다가는 狼狽(낭패)를 볼 수도 있다.

기원전 91년, 漢武帝(한무제)의 태자 據(거)가 江充(강충)의 모함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격분한 태자는 당장 그를 죽이고 내친 김에 丞相府(승상부)까지 공격하려고 했다. 이 때 장군 任安(임안)에게 출병을 요청했지만 그는 杜門不出(두문불출)한 채 사태를 觀望하기만 했다. 결국 이 때문에 그는 허리를 잘리는 腰斬刑(요참형)을 받아야 했다. 때로는 果敢(과감)한 행동도 필요한 법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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