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59>賞 春(상춘)

  • 입력 2003년 4월 17일 17시 46분


코멘트
賞 春(상춘)

賞-구경할 상鍵-열쇠 건 賜-줄 사

攝-끌 섭踏-밟을 답 遊-놀 유

한자도 영어처럼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글자가 많다. 우리가 잘 아는 ‘道’(도)자는 ‘길’ 외에도 무려 57가지의 뜻이 있다. 개중에는 심지어 ‘말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중국의 經典(경전)이나 諸子百家(제자백가)書에서 그런 用例(용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 많은 뜻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고문을 해석하는데 關鍵(관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賞자도 그렇다. 본디 天子(천자)가 공을 세운 이에게 내린 下賜品(하사품)을 뜻했는데 여기서 ‘賞을 주다’라는 뜻이 파생된다. 賞品(상품)이니 賞狀(상장) ?勵賞(장려상) 등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그런데 下賜品을 받은 신하는 얼마나 榮光(영광)인가. 그래서 그것을 잘 모셔놓고는 자나깨나 쳐다보았으므로 賞은 ‘구경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鑑賞(감상)이니 觀賞(관상) 玩賞(완상)이 그렇다.

따라서 ‘賞春’이라면 봄을 감상하는 것, 즉 봄의 경치를 보고 즐기는 것이 된다. 그런 사람을 賞春客(상춘객), 또 그런 노래를 賞春曲(상춘곡)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겨울은 춥고도 길다. 세상이 온통 회백색으로 바뀌면서 산천초목은 꽁꽁 얼어붙어 假死(가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다 근 4개월이나 지속되니 끔찍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따뜻한 봄을 목 빼고 기다리지만 길목을 차지하고 있는 겨울이란 놈이 쉬이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의 攝理(섭리)는 拒逆(거역)할 수 없는 것. 산과 들에 봄기운이 내려앉으면 개울물이 풀리면서 만물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그래서 봄은 蘇生(소생)과 生動(생동)의 계절이다. 좀 있다 꽃망울이 터지고 微風(미풍)이 볼을 간지럽게 하면 제아무리 돌아앉은 샌님이라도 감흥이 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파릇파릇한 풀을 밟거나 좀 짬을 내어 교외를 다녀올 수도 있다. 이름하여 ‘踏靑’(답청·푸른 풀을 밟음)이다. 일명 ‘春遊’(춘유)라고도 했다. 봄나들이인 셈이다.

언제부터인가 바쁘게 살기 시작하면서 日常(일상)을 탈출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만사가 귀찮고 몸뚱아리는 물먹은 솜 마냥 무겁기만 하다. 쉬는 날에는 이 한 몸 추스르기에도 바쁘니…. 배는 부르되 마음은 더욱 가난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좋은 날씨에 방구들 신세나 지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봄, 봄, 봄이 왔다. 봄 구경 좀 한 번 가 보자.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