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說 難(세난)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8시 45분


難-어려울 난 遊-노닐 유 陷-빠질 함

壓-누를 압 矜-자랑 긍 恥-부끄러울 치

韓非子(한비자)라면 戰國(전국)말 韓(한)나라의 公子로 法家(법가)를 集大成(집대성)했던 인물이다. 그의 학문은 우리에게는 性惡說(성악설)로 잘 알려진 荀子(순자)를 스승으로 모시면서 형성된다. 공교롭게도 그와 同門受學(동문수학)사이였던 李斯(이사)는 그 뒤 秦始皇(진시황)을 遊說(유세)하여 宰相(재상)으로 명성을 날렸던 반면 자신은 說客(세객)으로서는 치명적인 缺陷(결함)이라 할 수 있는 말더듬이여서 著述(저술)에만 전념할 뿐이었다. 이 때 그가 쓴 것이 바로 韓非子다. 이 책을 읽은 秦王(진왕·곧 후의 秦始皇)은 무릎을 치면서 찬탄을 금치 못했다.

‘아! 이 책의 저자를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으련만…’

‘說難’은 ‘遊說(유세)하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韓非子(한비자)에 나오는 篇名(편명)이자 본서의 壓卷(압권)에 속한다. 하기야 孔子(공자)까지도 실패할 판인데 일반 說客(세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에 의하면 遊說가 어려운 까닭은 知識(지식)과 言辯(언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심중을 잘 꿰뚫어 말을 해야 하는 데에 있다. 마음은 뽕밭에 가 있는데 콩밭을 운운한다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君主(군주)가 숨기는 것을 언급한다든지 잘못이나 헛점을 들추면 목숨이 위태롭게 되며 면전에서 明君이나 賢君(현군)이야기를 하면 자기를 빗대는 것으로 의심한다. 또 말을 꾸미지 않고 간략하게 표현하면 무식하다고 하고 여러 학설을 引用(인용)하여 좀 자세히 말하면 말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遊說를 성공시킬 수 있는가? 간단하다. 矜持(긍지)를 불어 넣어주되 절대로 恥部(치부)를 건드려서는 안 되며 거스르거나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며 듣는 이로 하여금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自尊心(자존심)은 세워주고 아픈 곳은 감싸주며 여기에다 부드러운 표현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처럼 遊說의 요령에 통달했던 그였지만 막상 자신도 遊說에 실패하고 결국 秦始皇의 死藥(사약)을 받고 죽어야 했으니 遊說란 정말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遊說의 요령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겠지만 내용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첫째, 대상이 諸侯(제후) 한 사람에서 다수의 유권자로 바뀌었고, 둘째, 오직 논리정연한 이론과 정책만을 무기로 삼았던 것이 흑색선전이 나돌며, 셋째, 여기에다 지역감정까지 은근히 개입되고 있으니 말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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