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들은 대개 욕망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과거에는 재물 애정 명예 질투 등 단순한 욕망에 가까웠지만 언제인가부터 그 욕망은 더욱 복잡해졌고 심지어 범죄 자체를 즐기며 과시하는 범죄자가 나타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건 어떤 사람이 남의 인생을 쉽사리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다. 일본의 인기 작가이자 우리나라에도 고정 독자들을 확보한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모방범’은 이런 쾌락형 범죄자의 범행을 다루고 있다.
도쿄의 공원 쓰레기통에서 여자의 오른쪽 팔과 핸드백이 발견된다. 핸드백과 오른팔은 서로 다른 사람의 것이다. 이어 핸드백 주인인 실종된 젊은 여성의 가족에게, 그리고 TV 방송국에 범인의 전화가 걸려 온다. 이유 없는 살인극을 벌이고 매스컴을 이용해 범죄를 과시함으로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어 쾌감을 느끼는 범인…. 살인사건은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의 인생마저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만다.
각각 500쪽이 넘는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부에선 이유 없는 폭력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과 분노, 죄의식까지 느끼게 되는 피해자의 가족들, 2부에선 매우 영리하지만 제멋대로인 논리와 유치한 특권 의식을 가진 범인의 시점으로 잔혹한 범행이 묘사된다. 그리고 3부에서는 잠깐 멈춘 듯했던 사건이 다시 시작되어 긴박하게 전개된다.
박광규 한국추리 작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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