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58>食不厭精하시며 膾不厭細하시다…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논어’ ‘鄕黨(향당)’편의 이 章은 공자의 식생활을 묘사했다. 공자도 남들처럼 곱게 찧은 쌀로 지은 밥과 가늘게 썬 회를 좋아했으나 구차하게 그런 것들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남과 달랐다고 정조대왕은 강조했다.

食不厭精의 食는 ‘밥 사’이므로 ‘먹을 식’과 다르다. 精은 8할 정도 搗精(도정)한 것을 말한다. 不厭은 좋아하기는 하지만 꼭 고집하지는 않았다는 뜻을 지닌다. 膾는 소, 양, 물고기의 날것을 가리킨다. 食의而(알,애)의 食도 ‘밥 사’이며, 의와 (알,애)는 쉬어서 냄새가 나고 맛이 변했다는 뜻이다. 魚뇌는 물고기의 형태가 망가진 것, 肉敗는 고기가 썩은 것을 말한다. 色惡不食은 색깔이 나쁘면 먹지 않는다는 말로, 조건-결과의 긴축복합문이다. 臭惡不食 이하도 모두 긴축복합문이다. 失임은 제대로 끓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임은 煮(자)와 같다. 不時는 식사 때가 아니거나 제철이 아니라는 뜻이다. 온실에서 수시로 만들어낸다는 뜻은 아니다.

정조 때 한 신하는 공자의 식습관은 질병을 피하고 몸을 보호하려는 데서 나왔다고 풀이했다. 공자가 되도록 정갈한 음식을 구한 것은 정갈해야 영양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고, 되도록 거친 음식을 멀리한 것은 거칠면 사람을 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공자의 식습관은 현대에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토정 이지함이 지적했듯이 우리는 식생활에서 너무 節制(절제)를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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