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제2의 반기문’ 꿈 꼭 이루렵니다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학생들이 체험해 볼만한

국제기구 통한 봉사활동

아이들은 세계를 홈그라운드 삼아 인류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제2의 반기문’이나 ‘워런 버핏’ 또는 ‘빌 게이츠’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른들은 그들에게 마음가짐만으로도 이미 꿈의 절반은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 각지로 봉사활동을 다닌 학생들의 이야기다. 학생들은 교과서나 구호 속의 문구로만 존재했던 ‘봉사’ ‘세계화’의 의미를 체험했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나마 엿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겨울방학에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한 것일까.

● 방학이나 수학여행 기간에 세계 각지로 봉사활동을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안산동산고교 2학년 장창섭 군은 지난달 4∼14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유니세프의 청소년자원봉사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다. 지난해 초 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1년간 벼르던 끝에 이뤄낸 일이다.

현지에서 장 군은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한국 노래를 가르치고 머리를 감기고 목욕을 시켰다. 나무를 심고 화장실을 고치는 일을 도왔다. 일은 힘들었고 숙소는 지저분했지만 200만 원에 가까운 참가비가 아깝지 않았다. 누군가를 돕는 일의 보람을 느끼는 계기가 됐고, 한국인으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장 군의 얘기만은 아니다. 방학이나 수학여행 기간에 국제기구를 활용해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지난해 5월 28일 한국과학영재학교 1학년 학생 49명은 수학여행 대신 몽골 자르갈란트로 자원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개발도상국 주민들을 돕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원하는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지구촌나눔운동을 통해서였다. 유목생활에 길들여져, 과학적 농경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몽골인들에게 학생들은 비닐하우스 설치하는 법, 감자 재배법, 채소 가꾸는 방법 등을 선보였다.

이 학교 2학년 김예은 양은 “저와 친구들이 바람을 막기 위해 들판에 나무를 심고, 그 다음 날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인데도 큰 비가 내려 하루 사이 나무가 쑥 자란 것 같아 기뻤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환경과 개발의 관계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고, 후배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해 5월에도 같은 봉사활동에 참가할 계획이다. 부산 해운대고등학교 학생들도 지난해 7월 이 단체를 통해 같은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세계청년봉사단(KOPION)은 매년 여름, 겨울 방학에 맞춰 필리핀 러시아 중국 캄보디아 네팔 가나 인도 태국 라오스 우루과이 등지로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단기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6개월가량 체류하는 장기봉사단도 있다. 단기봉사단에는 중학생부터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이 지원한다. 이들은 현지에서 벽화를 그리고, 태권도나 컴퓨터를 가르치고,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을 해 주기도 한다.

이 단체 이창호 사무총장은 “봉사단 지부가 있는 곳은 지부와 연계하고, 없는 곳은 현지 NGO와 연계해서 봉사활동을 하게 한다”며 “국제화의 시각을 키우고 봉사하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려고 부모들이 자녀를 많이 보내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워크캠프를 여는 곳도 있다. 유네스코는 매년 41개 국가에서 환경보호, 문화재 보호, 고고학 조사, 건축, 지역사회 개발 등의 활동을 할 학생을 선발해 파견한다. 전문적인 활동분야가 많아 주로 대학생이 대상이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 가운데는 입시에 봉사활동 경력을 반영하는 대학을 염두에 두고 참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입시때문에 국제기구까지 찾아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스스로 국제기구를 스스로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을 인솔한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 상 욱 씨는 “이공계 학생들이 시그마(∑)나 인테그랄(∫) 같은 수학기호나 과학공식에 매몰되면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과학자가 되기 쉽다”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진정한 과학도는 세계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과학을 하면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해 기뻤다”고 전했다.

● 누군가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기를…

유니세프를 통해 봉사활동을 다녀온 상명대부속여중 3학년 박은진 양은 “봉사활동을 하면 뭔가 배워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예전에는 그게 입에 발린 소리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진실이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과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캄보디아의 어린이들에게 작은 영향이라도 미쳤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박 양은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지든, 누군가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모든 부모가 봉사활동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위험한 국가이지는 않을까, 일이 너무 험하지 않을까, 입시공부에 방해받을까봐 걱정한다. 비싼 비용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은 이렇게 한 뼘씩 자라있다.

안산동산고의 장 군은 “부모님이 고3을 앞둔 겨울방학에 (봉사활동에) 10박 11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물으셨다”며 “경험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을 세울 수만 있다면 그 이후에는 열흘을 보충하고도 남을 만큼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장 군은 워런 버핏처럼 자신이 번 돈으로 재단을 설립해 제3세계 국가들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고 했다. 물론 모든 학생이 똑같은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여행’온 것처럼 행동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고 한다. 국제기구 취직을 목표로 경험을 쌓거나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쉽게 포기한다고 한다.

지구촌나눔운동 김혜경 사무총장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다만 이런 포부가 개인의 향유에 그치지 않고 빈곤, 환경, 인권 등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에 힘을 보태려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어떤 단체 찾아갈까

국제 활동을 하는 많은 단체는 장기봉사활동을 선호한다. 잠깐 왔다 가는 것보다는 지역사회에 정착해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은 어린 학생들에게 국제사회의 이슈에 대해 눈을 뜨게 하고, 세계시민의 자질을 키우려는 목적으로 단기봉사활동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하는 추세다.

○유니세프

봉사, 문화교류 겸해

국제기구 가운데 청소년 활동으로 유명한 곳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다. 세계 아동을 돕기 위한 유엔 산하 단체인 유니세프는 여름방학에는 몽골에서, 겨울방학에는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 및 문화교류를 진행한다.

몽골에서 진행되는 캠프는 초등학생 및 중학생이 대상이며 봉사활동도 하지만 참가 학생들 간에 미니 올림픽을 열거나 장기자랑을 하는 등 문화교류의 성격이 강하다. 5월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가 나가며 참가비는 130만 원 안팎이다. 개인이나 단체 모두 신청할 수 있으며 선착순 100명으로 한정된다.

캄보디아 캠프는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이 대상이다. 열흘 동안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며 모집공고는 11월에 홈페이지를 통해 나간다. 참가비가 160만 원이지만, 현지의 구호활동에 필요한 기부금을 30만 원 이상 해야 해 실제로는 200만 원가량이 든다. www.unicef.or.kr, 02-735-2298.

○유네스코

선택폭 넓고 활동다양

대학생 대상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워크캠프는 1920년대에 시작됐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여행자유화 시점인 1999년부터 활성화됐다. 워크캠프에 참가하는 대학생은 2004년까지만 해도 연간 1000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1500명까지 늘었다. 워크캠프 기간이 끝난 뒤 배낭여행을 연결해서 떠나는 학생이 많은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워크캠프는 프랑스나 독일이 중심이 되는 유럽권, 미주권, 아시아권 등으로 나뉘며 2, 3주간 진행된다. 3월 말이면 총 41개국의 캠프 개설 현황이 나오므로 이때쯤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이 가고 싶은 지역과 할 일을 선택하면 좋다. 물론 이후에도 캠프가 수시로 추가되기도 한다.

참가비는 나라별로 다른데 항공료를 빼고 100∼200달러(약 9만4000∼18만8000원)가 든다. 해당 지역의 환경보호, 문화재 보호, 고고학 조사, 농업, 건축, 수리, 지역사회 개발 등 활동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청년캠프도 있다. 8월에 10박 11일 일정으로 열리며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참가해 워크숍을 열고 시민단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등과 연계해 현장에서 지역협력 활동도 벌인다. 참가비는 30만 원 선. youth.unesco.or.kr, workcamp@unesco.or.kr, 02-755-906.

○토종단체

학교서 단체지원

국내에서 토종으로 시작된 단체들도 있다. 지구촌나눔운동은 세계 각지의 빈곤문제 해결과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1998년 출발한 단체다. 단기봉사활동은 베트남, 몽골 2곳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여름방학에는 고교생이 포함된 봉사활동 지원자를 받는데 이달 중 모집공고가 뜬다. 고교생은 30∼40명이 한 단위가 돼 학교에서 단체로 신청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많은 고교에서 수학여행 대신 지원하기도 한다. 겨울 봉사활동은 대학생 이상만 받는다. 1주일 가량 활동하게 되며 비용은 120만 원 선. www.gcs.or.kr, 02-747-7044.

세계청년봉사단도 토종 단체다. 7, 8월 중 한 차례, 12∼2월 사이 한 차례 필리핀, 인도, 네팔,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탄자니아 등지에 봉사단을 파견한다.

파견 2개월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공고를 하며 중학생 이상 참가할 수 있다. 10∼14일 일정으로 참가비는 90만∼100만 원대. 가끔 캠프에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합류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반값에 참가할 수 있다. 올여름 캠프 일정은 4월 말 또는 5월 초에 공고된다. www.kopion.or.kr, 02-733-1387∼9.

이런 단체에 지원할 때는 최대한 지원서를 잘 쓰는 게 좋다. 선착순 마감이 아닌 곳은 지원자 가운데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세계적인 활동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학생을 뽑기 때문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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