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묻히고 싶다던 선친 소망 이루지 못해 답답할 뿐”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故 최종덕 씨
故 최종덕 씨
독도 첫 주민 故 최종덕씨 딸

“독도를 위해 평생 헌신한 아버님의 비석조차 못 세운 것이 한입니다.”

독도 최초의 민간인 거주자인 고 최종덕 씨의 딸 경숙(44·경기 용인시) 씨는 1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의 독도 야욕이 기승을 부리는 때에 첫 거주자의 비석도 세우지 못한 현실이 답답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아버지 최 씨는 1965년 홀로 독도에 들어가 1987년 뇌출혈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22년간 독도를 꿋꿋이 지켰다.

대구 출신인 그는 생전에 독도의 수려한 자연에 매료돼 “나는 독도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 내가 묻힐 곳은 바로 이곳”이라고 말하곤 했다.

최 씨는 집을 짓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거주하던 서도(西島)와 경비 병력이 있는 동도(東島)를 연결하는 전화선을 가설하는 일까지 정부 도움 없이 혼자 해냈다. 목숨을 잃는 순간에도 최 씨는 태풍에 휩쓸려간 접안시설을 복구하려고 뭍에 나가 장비를 구입하고 있었다.

딸 최 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소원대로 독도에 묻어드리려 했지만, 분쟁지역인 독도에 민간인 묘지를 만들 수 없다는 정부 측 반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비석이라도 세우고 싶지만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털어놨다.

딸 최 씨는 1980년부터 12년 동안 아버지에 이어 독도에서 생활했으며, 아들과 딸 모두 독도에서 낳았다.

한편 경북도는 이날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고인의 비석을 독도 서도에 세우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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