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여행]경북 청송 송소고택

  • 입력 2004년 7월 22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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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 계곡.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언다는 얼음골 계곡.
주왕산을 중심으로 해발 900m가량의 산들이 겹겹이 둘러싼 경북 청송.

깊은 산속에 폭 파묻혀 있는 청송 마을은 바깥 속세와는 인연이 멀어,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또 아직도 고래등 같은 아흔아홉칸 기와집들이 남아 있어 호젓하게 전통한옥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 전통한옥에서 민속놀이 5종 경기를 즐기며 옛 사람들의 생활에 젖어보자.

○ 아흔 아홉칸의 하룻밤

이름 모를 풀들이 피어난 마당 한편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는 집. 군불 때는 아궁이와 가마솥 온기를 느낄 수 있고 이른 아침 까치울음 소리에 눈을 뜰 수 있는 집.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자리한 송소고택을 찾으면 옛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경북 청송에 있는 송소고택에는 전통가옥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옛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투호나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도 즐길 수 있다.

이 집은 조선시대 영조때 만석꾼으로 불리던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지은 한옥. 당시 궁궐을 제외한 사가는 법도에 따라 아흔아홉칸 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에 송소고택은 사가 중 가장 큰 규모다.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63호로 지정된 이곳은 송소고택이라는 정식 명칭보다 ‘심부잣집’으로 불리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난해부터 박경진씨가 이곳을 장기임대해 한옥체험관으로 운영 중이다.

12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말해주듯 대문을 열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나긴 하지만 솟을대문의 위엄 있는 자태는 그대로 남아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건 헛담. 안채에 드나드는 여자들이 사랑채에 기거하는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지은 간이 담이다. 헛담을 지나면 사랑채. 집안 어른이 기거하던 큰 사랑채와 후계자인 큰아들이 기거했던 작은 사랑채로 나뉘어 있다.

여자들의 공간인 안채는 사랑채 뒤편에 살포시 ‘숨어’ 있다. 안채는 전형적인 ‘ㅁ’자형. 문간을 들어서면 동쪽으로 방과 부엌이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두지, 고방 등이 연결되어 있다. 대문을 들어서 왼편에는 첩이 기거하던 별채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공간이 넓은 데다 건물이 미로처럼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어 아이들은 숨바꼭질놀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당에는 손톱만 한 청개구리뿐만 아니라 어른 주먹만 한 두꺼비도 돌아다닌다. 두꺼비가 나타날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삽살개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 민속놀이도 제법 재미있네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는 맛도 그만이지만 제기차기, 새총쏘기, 투호, 칠교, 굴렁쇠 등 민속놀이 5종 경기도 흥미롭다. 라디오도 텔레비전도 없는 고택에서의 하룻밤이 자칫 지루할까봐 박씨가 고안해낸 놀이다.

종목마다 100점 만점으로 총 500점 중 신기록을 낸 사람에겐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이무남 선생님의 고추장 항아리를 선물로 준다. 10위 내에 든 사람에겐 한지 기념품을 준다.

제기차기는 한 발로 차는 땅강아지, 발을 땅에 대지 않고 차는 헐랭이, 두 발로 번갈아 차는 양발차기를 하는데 제기를 떨어뜨리지 않고 차야 한다.

굴렁쇠놀이는 집안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점수로 환산한다. 투호는 화살 12개를 받아 하나씩 원통에 집어넣으며 경쟁한다. 새총쏘기는 새총으로 10m 전방에 있는 징을 맞춘다. 명중 여부는 징소리가 들려야 인정된다.

칠교는 한 변이 10cm 정도 되는 정사각형 판자를 삼각형 5개와 사각형 1개, 평행사변형 1개 등 일곱 조각으로 나누어 인물, 동물, 식물, 건축물 등 500여가지의 사물을 만들며 노는 일종의 민속 퍼즐이다. 전통 두뇌개발 놀이로 박씨가 적극 추천하는 종목.

칠교놀이는 기원전 600년경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칠교판을 지혜판이라고도 한다. 서양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놀이로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를 비롯해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 간 나폴레옹 또한 열렬한 칠교 팬이었다고 한다.

○ 한옥과 창작무용의 만남

깊은 산골 고택의 밤은 아주 색다르다. 노르스름한 창호지 불빛이 새어나오는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집 앞에 흐르는 개울 물소리, 논둑에서 합창하는 개구리 소리 등 도심에서는 듣지 못하던 자연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밤이 깊어지면 칠흑 같은 어둠을 밝혀주는 총총한 별빛 아래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마당 가마솥에 감자를 삶아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다음 달 21일에는 일본의 도쿄창작무용단이 이곳에 와서 현대무용 공연을 펼칠 예정. 흙담이 둘러진 넓은 후원에서 공연을 보는 것도 이색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054-873-0234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떠나볼까▼

1.송소고택 도착(숙박 요금 2인 기준 4만∼9만원)→저수지 한가운데 난 왕버드나무로 유명한 주산지 관람(송소고택에서 차로 30분 거리)

2.고택에서 민속놀이 5종 경기 참가→저녁식사(1인당 5000원)→늦은 밤 가마솥에 감자 삶아먹기→취침

3.얼음골에서 계곡 즐기기→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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