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여행]‘자유의 바다’ 전남 청산도

  • 입력 2004년 7월 1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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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하늘도 산도 모두 파란 청산도에서는 마음까지 파래진다. 앞개마을에 서면 파도가 넘실대는 해안을 따라 몽돌 자갈밭이 넓게 펼쳐진다.
바다도, 하늘도 산도 모두 파란 청산도에서는 마음까지 파래진다. 앞개마을에 서면 파도가 넘실대는 해안을 따라 몽돌 자갈밭이 넓게 펼쳐진다.

《청산도에 들어서면 수십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산등성이마다 계단식으로 펼쳐진 다랑논, 야트막한 돌담과 함께 꼬불꼬불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좁은 마을길.

그 사이사이로 아직도 초가집이 곳곳에 남아 있다.

다른 고장이라면 흔하디흔한 경운기도 이곳에는 많지 않아, 소가 밭을 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심에서는 이미 잊혀진 옛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에서의 휴식은 한층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 마음까지 파란 청산도

전남 완도항에서 뱃길 50리. 45분가량 걸리는 청산도 바닷길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갑판 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어도 좋고 넓은 선실 안에 누우면 파도와 엔진이 안마기처럼 떨려와 적당히 온몸을 마사지해준다. 어느새 빨간 등대가 나타난다. 청산도는 이름에 걸맞게 바다도 파랗고, 하늘도 파랗고, 산도 파랗다. 마음까지 파래지는 느낌이다.

청산도항에 도착해 오른쪽 능선을 바라보면 낯익은 길이 아스라이 눈에 띈다. 영화 ‘서편제’로 유명해진 보리밭 돌담길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관객동원 100만명을 넘긴 ‘서편제’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진도아리랑’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이 황톳길은 농사일에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요구로 96년 시멘트로 뒤덮여 자취를 감추는 듯 했지만 임권택 감독의 요청으로 다시 흙길로 돌아왔다.

○ 돌담이 아름다운 섬

영화 서편제로 유명해진 성산도 당리마을 돌담길. 금방이라도 서편제 주인공들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걸어올 것만 같다.

보리밭 돌담길 앞, 당할머니를 모신 사당이 있는 당재에 오르면 청산항에 사람이 들고나는 것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저 멀리 보길도, 소안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돌담 사이 황톳길을 따라 어깨춤을 덩실대며 진도아리랑을 불러 제치던 서편제 주인공들이 금방 내려올 것만 같다.

당재 아래 당리 마을에는 서편제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소리를 가르치던 허름한 초가가 있다. 촬영 당시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현재는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한 밀랍인형이 대신 살고 있다. 재래식 뒷간과 외양간, 사랑방이 그대로 남아 전통 가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청산도는 돌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논둑이나 밭둑 모두 허리 높이까지 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모습이 참 정겹다. 우물이나 당산나무 아래에도 여지없이 돌담은 쌓여 있다. 그 돌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과 그 밑에 옹기종기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풋풋하다.

섬 안에 있는 마을 어귀에는 어김없이 서낭당나무가 있다. 보통 수백년은 됨직한 느티나무, 은행나무, 팽나무들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마을주민들의 휴식처다.

○ 아름다운 낙조와 함께

청산도 안에는 지리해수욕장과 신흥리해수욕장 등 모래밭 해수욕장이 두 군데 있다. 나머지는 자갈밭이다. 다도해의 섬 사이로 지는 해가 특히 아름다운 지리해수욕장도 좋지만 읍리에 있는 구장리 앞개자갈밭도 들러볼 만하다. 바다를 끼고 몽글몽글한 자갈이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햇볕을 받아 뜨끈하게 달궈진 자갈 위를 맨발로 걸으면 발지압이 절로 되고 그늘막을 만들어 누워 있으면 잠이 솔솔 온다. 지리해수욕장에서 맞는 일몰은, 장엄하고도 아름다웠다.

청산도는 낚시의 천국이기도 하다. 곳곳에 갯바위낚시 포인트가 있는데 감성돔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고기가 많다. 청산도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하루 이틀 묵으며 호젓한 돌담길도 걸어보고 바닷가도 거닐고 낚싯대를 드리운 채 푸른 수평선을 한없이 바라보며 잡념을 떨쳐버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 자연을 베고 누워

청산도 안에 민박집이 여러 곳 있다. 음식점은 별로 없지만 민박집에서 식사를 겸하는 곳이 많다. 숙박객이 미리 주문하면 매운탕, 생선회 등을 맛볼 수 있다. 읍리 앞개갯돌밭에서는 해수욕과 갯바위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데 앞개민박(061-552-8703)에서는 낚시가이드를 부탁할 수 있고 선상낚시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지픈골가든(061-552-8521), 우리민박(061-554-8251), 등대민박(061-554-3347), 한바다민박(061-554-5035) 권덕리민박(061-552-8820) 등이 있다.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찾아가는 길▼

완도항 여객터미널(061-552-0116)에서 청산도까지 배가 하루 네 차례 왕복운행하고 여름 성수기에는 증편된다. 첫 배는 오전 8시. 들어가는 요금은 어른 5800원이며 승용차는 2만3000원(운전자 1명 포함), 나올 때는 어른 5300원, 승용차는 1만9000원.

청산도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가도 좋지만 섬을 구석구석 보여주는 버스나 택시도 있다. 택시는 모두 4륜구동 지프차로 섬 일주 요금은 3만원. ‘청산지기’ 양치영씨(011-616-6568)에게 도움을 청하면 청산도의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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