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치킨 리틀’&‘투 브라더스’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코멘트
꼬마 닭의 인생 역전을 그린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 사진 제공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꼬마 닭의 인생 역전을 그린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 사진 제공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걸핏하면 욕설과 섹스가 난무해 애들 보기 무서워 영화관에 가기 힘든 요즘, 아이들과 함께 즐길 만한 외화 두 편이 잇따라 개봉된다. 둘 다 동물을 소재로 한 것이지만 한편은 애니메이션이고 한편은 진짜 호랑이를 배우로 삼은 영화다.》

★ 치킨 리틀

꼬마 닭 ‘치킨 리틀’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다. 머리와 몸통이 딱 절반씩인 2등신, 왜소한 몸에 얼굴만 한 안경을 쓰고 다니는 치킨 리틀. 그는 어느 날 우연히 하늘조각을 머리에 맞고 마을 사람들에게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고 알리지만 사람들은 ‘미친 닭’ 취급을 한다. 아버지마저도 외면하자 상심하게 된 치킨 리틀은 우선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만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하기 싫은 학교 야구단에 가입한다. 과거 야구선수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보란 듯이 멋지게 안타를 날려 아버지와 주변의 환호를 얻어낸다. 이제 왕따 신세를 면하게 되는 걸까.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밤하늘을 바라보던 치킨 리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방안으로 뭔가가 날아드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다시 찾는 믿음이라는 가족주의, 왕따가 영웅이 되는 역전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스토리이지만, 칠면조 시장(市長)이 마을을 이끌고 닭들이 야구경기에 열을 올리며 펭귄들이 턱시도 상점을 운영하고 쥐들이 치즈를 파는 유쾌한 설정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판타지와 동화적 요소를 고루 갖췄다.

여기에 12세 미만 어린아이를 겨냥했다면서도 지구는 둥글다는 진리를 거슬러 평평한 하늘이 조각조각 부서지고 외계인과 맞서 싸운다는 우주적 아이디어를 끌어들인 것이 놀랍다. 어릴 적부터 ‘우주적 사고’를 수혈해 준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다.

전체적으로는 스토리가 약하고 캐릭터들이 살아 있지 못해 밋밋하고 유치하다. 어른보다는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니 어른들의 평보다는 아이들의 평에 맡겨야겠다. 그나마 어른들을 인내하게 만드는 것은 간간이 등장하는 패러디와 올드 팝 ‘We are the champions’, ‘I will survive‘, ’Staying Alive’.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등이다. 디즈니가 ‘니모를 찾아서’ ‘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등을 함께 만든 픽사와 헤어지고 애니메이션 명가(名家)라는 자존심을 걸고 만든 첫 작품이라 화제가 됐다. 미국 박스 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7일 개봉.

★ 투 브라더스

쌍둥이 호랑이 형제의 따뜻한 여정을 그린 ‘투 브라더스’. 사진 제공 올댓시네마

험악한 곰을 주인공으로 한 휴먼 드라마 ‘베어’를 만든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신작이다. 곰뿐 아니라 문명이전 인간을 다룬 ‘불을 찾아서’ 등을 통해 언어 이전에 감정을 지닌 존재들을 다루는 데 일가견을 인정받은 감독이 이번에는 쌍둥이 호랑이 형제를 주인공으로 이들의 가슴 따뜻한 인생(?) 역정을 담았다. 동물들이 만든 상황을 따라간 게 아니라 ‘에너미 앳 더 게이트’의 각본을 쓴 알랭 고다르가 만든 시나리오에 따라 동물들의 연기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 놀랍다. 세계 40여 마리 호랑이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해 어린 시절과 어른 모습을 연기할 22마리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새끼 시절 인간에 의해 생이별하게 된 쌍둥이 호랑이 형제가 어른이 된 뒤 한 마리는 서커스단에서 소심한 겁쟁이로, 다른 한 마리는 고독한 독방에서 사나운 맹수가 되어 재회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사람도 아닌 호랑이 형제가 눈빛으로 서로를 알아보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동물들에게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문득 인간인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어른들도 즐길 만하다. 20일 개봉.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