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별똥

  • 입력 2005년 6월 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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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똥

정지용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 날 가 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시집 '정지용 전집1'(민음사)중에서》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어린 시절 저녁상 무르고 평상에 누워 별을 헤아리다 보면 문득 어둠을 쾌속으로 가르는 황홀한 금빛 빗금들…. ‘너, 별똥 주워 먹으면 얼마나 쫄깃쫄깃한 줄 아니?’ 엄마와 성들이 눈짓 주고받으며 그렇게 말하면 얼마나 군침이 고였다고요. 당장 고무신 꿰고 산 너머 가고 싶지만 부엉이 우는 컴컴한 숲이 무서워 삽짝도 못 나갔지요. ‘날 밝으면 가리라.’ 벼르지만 막상 날 밝으면 감쪽같이 잊어버렸다가 밤만 되면 금쪽처럼 아쉬웠지요. 도시의 밤하늘엔 휘황한 가로등과 네온사인에 가려 별똥은커녕 별궁둥이도 뵈지 않지만, 누구나 가슴속에 별똥 하나쯤 없으려고요.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지만’ 오월 아이들 새싹처럼 푸른 마음 한 조각 가슴에 없으려고요.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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