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100세 ABC]통풍의 치료와 예방

  • 입력 2002년 10월 13일 17시 20분


삼성서울병원 고은미 교수가 통풍환자의 발을 진료하고 있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고은미 교수가 통풍환자의 발을 진료하고 있다.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통풍(痛風).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아프다.

옛날 유럽의 왕 중에는 통풍에 시달린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통풍은 ‘왕의 병(disease of the king)’으로도 불린다. 또 통증이 마치 ‘악마가 인두로 지지는 것’처럼 심하다 하여 ‘병의 왕(king of the disease)’이라고도 했다. 왕들이 통풍에 잘 걸린 것은 육류 위주의 식생활과 포도주를 물처럼 마시는 습관 등이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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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은 10∼15년 전만 해도 일반인에게는 낯선 병이었지만 80년대 이후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 현재 국내에 15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멀쩡했던 사람이 아시아에 살다가 서구의 선진국으로 이민간 뒤 통풍에 걸리기도 한다.

통풍에 걸린 발

▽내가 혹시 통풍일까?〓몸의 세포가 죽으면 나오는 퓨린이라는 물질은 요산(尿酸)을 만들고 요산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혈액 속에 요산이 너무 많으면 요산이 관절 등 여러 조직에 쌓여 염증을 일으킨다. 관절에 염증이 생겨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 것이 통풍이다.

이 병은 대개 한 번에 한 관절만 침범하는데 엄지발가락에 가장 흔하며 무릎이나 발목, 발등, 손, 손목, 팔꿈치에 생기기도 한다. 연령과 큰 관계는 없지만 주로 40, 50대의 남성에게 발생하며 폐경기 이후의 여성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요산이 많아지는 원인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 요산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요산의 양은 정상인데 배설이 잘 안되는 것이다. 비만이거나 술을 많이 마시면 요산이 많아지며 몸이 붓는 게 싫어 이뇨제를 복용해도 그렇다. 간혹 유전적인 원인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요산치가 높다고 모두 통풍은 아니라는 것. 건강검진 결과 요산치가 높다고 통풍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남자는 7㎎/㎗, 여자는 6㎎/㎗이 정상이지만 이 수치보다 높다고 다 통풍은 아니다. 수치가 높으면 통풍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또 남자는 사춘기 이후, 여자는 폐경기 이후부터 요산이 증가하며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요산이 증가한다. 요산치가 높아도 증상이 없는 것을 ‘무증상의 고요산혈증’이라 하는데 이때는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통풍인지 아닌지는 전문의를 찾아 관절의 부은 곳을 찔러 관절액을 빼내 검사해 봐야 한다.

▽통풍의 증상과 치료〓통풍에 걸리면 어느 한 관절에 갑자기 통증이 생기면서 부어오른다. 낮에는 멀쩡하다 잠자리에 든 뒤 아파서 잠에서 깬다. 이를 급성 발작이라고 한다. 만약 급성 발작이 한 번 있은 뒤 7∼10일이 지난 후 좋아지고 다시는 발작이 없다면 치료가 필요없다.

그러나 한 번 발작한 환자의 50% 이상이 다시 발작을 경험하게 된다. 발작이 계속 오는 것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요산이 관절과 그 주변에 결정의 형태로 많이 쌓인다. 이것이 통풍결절인데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이 망가지게 된다.

치료 방법에는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이 있다. 처음 발작이 오면 일단 염증을 조절하는 치료를 받는다. 만일 급성발작이 반복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다시 급성발작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예방약과 요산치를 떨어뜨리는 약물을 복용한다. 요산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9개월에서 1년 동안 발작이 없으면 예방약을 끊고 요산저하제만 쓴다.

요산저하제는 의사의 특별한 지시가 없는 한 평생 복용해야 한다. 중단하면 요산이 다시 쌓일 수 있다. 또 발작이 없어도 3, 4개월에 한 번은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항상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은 평생 ‘다독거려야’ 하는 질환이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고은미 교수)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식이요법 5계명 술-고깃국 피하고 물-음료수 충분히▼

1. 비만은 요산과 관계가 있다. 비만이라면 체중 조절이 필수. 그러나 굶거나 식사량을 많이 줄이면 요산치가 더 올라 통풍을 악화시킨다. 비만이 아니라면 음식량을 조절해 비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2. 과식만 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도 된다.

3. 요산을 증가시키는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이런 음식은 △소의 뇌와 콩팥, 간 △고기국물 △정어리 △멸치 △생선의 지라 등이다. 그러나 요산치가 너무 높아서 어차피 요산저하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굳이 음식 조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4. 커피와 차는 마셔도 되지만 술은 조심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요산치가 올라가면서 급성발작이 생길 수 있다.

5. 매일 물과 음료수를 충분히 마신다. 물을 많이 마시면 요산 결정이 몸 밖으로 씻겨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차훈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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