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길러보니]프랑스, 학생마다 적성-가능성 진단

  • 입력 2002년 4월 23일 15시 33분


홍성희씨의 딸 황주혜양이 올 3월 받은 성적표
홍성희씨의 딸 황주혜양이 올 3월 받은 성적표
프랑스의 초등학교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과목을 담임 선생님이 직접 가르친다.

학교에서 정한 시험 기간이 따로 없는 대신 담임 선생님의 재량에 따라 평가 방법이 결정되며 매년 학기초 열리는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자신의 평가 방법을 알려주고 질문을 받는다.

학기말에 받는 성적표에는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과목별 점수가 기재된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상호의 성적표를 받아보니 이른바 ‘주요 과목’의 성적이 매우 세분화되어 놀랐다.

프랑스어는 말하기 문학 단어 받아쓰기 문법 동사변화 등, 수학은 수리 연산 분수 등 각기 7가지 영역에 따라 점수가 따로 주어진다. 단순히 특정 과목에 약하다고 뭉뚱그려 평가하지 않고 취약한 부분을 자세히 짚어주어 좋았다.

중학교에서는 평가 방식과 성적표가 보다 세분화된다.

학년 초에 여는 간담회 외에 매년 1학기 말이나 2학기 초 학부모가 담임 선생님이 아닌 각 과목 선생님과 1 대 1로 만나 자녀의 학교 생활과 성적에 대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딸아이 주혜가 다니는 듀퐁루 중학교의 경우 면담이 실시되기 한달 전 면담일자를 발표하고 학부모들에게 학년별, 반별로 구분돼 있는 날짜에 맞춰 학교를 방문하게 한다. 방문은 수업이 모두 끝난 저녁시간에 실시된다.

학교에 도착한 학부모들은 도착하는 순서대로 벽에 붙어 있는 게시판에 자신이 원하는 면담시간을 기록한다.

그리고 스케줄에 따라 과목당 5∼10분 정도씩 각 과목 선생님과 면담을 한다. 정해진 날 하루만에 모든 과목 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한 점, 저녁시간대를 이용한 점 등은 모든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서울에서는 맞벌이 부모의 경우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돼 아쉬워하는 것을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에 익숙지 않아 고민하던 딸아이의 면담을 앞두니 반가우면서도 기대 반 걱정 반이 되었다. 그러나 과목마다 선생님들이 주혜에 대해 이미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 각종 데이터를 들이밀며 단소리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고마웠다.

“프랑스어를 잘 못해서인지 발표력이나 표현력이 너무 뒤떨어집니다.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손을 들고 질문하거나 틀린 답이라도 발표하도록 격려해 주세요.”(프랑스어 교사)

“주혜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몰려가 질문을 할 정도로 수학을 잘해요. 어제도 앞에 나와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어요.”(수학 교사)

담임 선생님을 제외한 과목별 선생님으로부터는 자세한 조언을 들을 수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 분야별로 아이의 적성과 가능성을 진단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올 3월 주혜가 프랑스에서 살게 된 지 2년 만에 자기 반 33명 가운데 5등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들의 이런 배려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홍성희(43·주부·프랑스 불로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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