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5>이영혜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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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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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질문이라면 디자인은 답이죠”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거시기, 머시기’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제시한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 8일 서울 중구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집무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이번 행사에선 ‘광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아 ‘거시기, 머시기’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제시한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 8일 서울 중구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집무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이번 행사에선 ‘광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삶을 비추는 디자인’

‘빛 L·I·G·H·T’

‘The Clue-더할 나위 없는’

‘圖可圖非常圖’(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道可道非常道를 패러디해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란 뜻으로 쓴 표현).

올해로 5회째를 맞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역대 전시 주제들이다.

최근 발표된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는 이 중 가장 파격적이고 ‘광주’적인 화두로 기억될 듯하다. ‘거시기, 머시기’, 국제적인 행사임을 감안해 영어로 ‘anything. something’, 한자로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번역했다.

역대 주제어 가운데 가장 ‘거시기’한 ‘머시기’는 총감독을 맡은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이사·발행인(60)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요즘 감각으로도 파격의 잡지 이름인 ‘행복이가득한집’을 26년 전에 지어냈던 이다. 1976년 ‘디자인’을 시작으로 ‘마이웨딩’ ‘럭셔리’ ‘멘즈 헬스’ 등 7개 월간지 20여만 부를 팔아 흑자를 내고 있는 잡지계의 거물이지만 요즘 그의 일정표에서 1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디자인비엔날레다.

“예술이 질문이라면 디자인은 답이죠. 디자인이란 시장을 전제로 하는 작업이라는 뜻이에요. 디자인이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상적이거나 보편적인 것(anything)에서 부가가치를 높여 창의적인 무엇(something)을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디자인의 힘으로 ‘광주’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아무것도 아닌 걸로 별걸 만들어내는 체험을 선사할 겁니다.”

9월 6일∼11월 3일 열리는 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광주시의 핵심 전략산업인 발광다이오드(LED)를 사용한 디자인 제품, 광주시의 공공디자인, 광주의 패션산업체와 협업한 상품, 특산물을 브랜드화한 상품 등을 개발해 선보인다. 예산은 50억 원. 지식경제부와 광주시가 20억 원씩 40억 원을 내놓았고 25만 명으로 추산되는 관람객의 입장료 수입이 10억 원이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등을 개최해온 이 감독은 “공공 예산을 집행하는 업무는 처음이어서 조심스럽다. 관람객 35만 명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돈 안들이고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벤트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이 중 화제가 될 만한 공공 프로젝트가 두 가지. 하나는 광주 택시운전사와 버스운전사의 유니폼 디자인을 공모한 뒤 관람객들의 ‘스티커 투표’를 거쳐 최종 작품을 선정해 광주시에 정식 유니폼으로 채택하도록 건의하는 작업이다. 다른 하나는 통일 후 사용할 국기 공모전이다. 흰 바탕에 푸른 한반도가 그려진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놓고 진보와 보수 단체가 대한민국 정체성 논쟁을 벌이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화제가 될 듯하다.

“요즘 디자인업계의 화두 중 하나가 소극적인(passive) 디자인이에요. 기술이나 재료를 최소화해 꼭 필요한 기능만 남겨놓은 디자인을 뜻하는데 노인이나 가난한 나라 국민을 위한 휴대전화, 자연재해를 당한 이들을 위해 싸고 쉽게 지을 수 있는 대피소 디자인이 이에 해당하죠. 이런 착한 디자인 작업도 이번 행사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해는 이 감독에게 뜻 깊은 해였다.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맡아온 디자인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선임됐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 창간한 월간디자인이 창간 36년 만에 처음 흑자를 냈다. 인쇄 매체의 부진 속에서도 2000년 이후 월간지와 단행본 부문에서 모두 흑자를 내는 비결이 뭘까.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몰아야 하는, 방 한 칸 없어도 비싼 구두는 신어야 하는 마니아들이 있어요. 지식이 준 배짱을 지닌 괴짜라고나 할까. 이런 좁은 시장에서 1등을 하려고 해요. 아무리 어려워도 1등은 살아남거든요. 세상 모든 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책을 내는 거죠. 새로운 길을 만드는 건 힘들지만 무지 재밌어요.”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이영혜#광주디자인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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