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속의 에로티시즘]칼루아 술-하겐다스 아이스크림

  • 입력 2002년 1월 31일 13시 56분


하겐다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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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시즘 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나인 하프 위크(원제 9 1/2 weeks)’에서는 냉장고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받으며 두 남녀 주인공이 얼음이나 젤리를 사용하여 에로틱한 사랑 행위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먹는 음식을 활용하여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의 전형을 만들어 낸 이 영화에서 인간의 기본 욕구라 할 수 있는 식욕에 성욕을 교묘히 덧붙인 표현법이 미묘한 성적 충동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우유를 벌컥거리며 마시는 장면과 우유가 턱과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장면을 볼 때 그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안테나는 달리 작동한다.

이번에 살펴 볼 아이스크림이나 알콜 같은 식음료 광고에서 얼핏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에로티시즘 코드를 활용한 것도 식욕의 도구를 성욕의 소재로 활용한 패턴이 인간의 무의식에 거부감 없이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식욕과 성욕은 속성적으로 매우 친밀한 욕망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 광고의 파격을 연출했던 하겐다스 아이스크림 광고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상품이 에로틱한 상황과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아이스크림을 떠먹고 있는 여자 뒤로 그 여자를 감싸 안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사랑과 영혼’이나 ‘타이타닉’에서 볼 수 있었던 남녀상열지사의 기본 포즈이다. 프로이트 식으로 해석한다면 숟가락은 남성의 심볼을 상징한다. 여성의 입은 물론 여성의 심볼을 상징한다.

칼루아 광고

섹스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지는 이미 그 상황을 담고 있다. 그 상황에서의 아이스크림은 차가운 속성을 잃고 뜨거운 열기의 포로가 된다. 카피 내용은 ‘하겐다스 아이스크림은 신선한 달걀을 재료로 사용하기에 섬세한 향과 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두 사람이 나누는 스킨십의 한 컷이 바로 그러한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카피와 비주얼이 두 남녀의 합일처럼 한데 어우러진 광고이다.

칼루아 광고는 다른 측면에서 섹스어필한다. 멕시코 산 데킬라의 일종인 칼루아는 우유나 콜라와 함께 섞어 먹는 술이다. 그림엔 가슴을 절반 이상 드러낸 여성이 역시 훤히 드러난 허벅지 위로 우유를 쏟아 붓고 있다. 그 우유는 누가 보아도 남자의 정액을 연상케 한다. 여성 혼자 등장하지만 얼굴 표정과 의상의 코디네이션, 그리고 우유라는 소재 자체가 섹스를 곧바로 연상케 한다. 칼루아와 우유의 혼합이 바로 섹스의 코드로 치환된다.

식욕과 성욕은 근친이다. 형태상 입으로 먹고 핥는 행위는 섹스 행위와 매우 유사하다. 속성으로도 늘 충족되길 갈망하는 욕망이라는 점에서 합쳐진다. 두 욕망은 중독된 욕망이다. 두 욕망의 교합은 근친상간이다. 그렇기에 더욱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김홍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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