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프란젠 내셔널북어워드 수상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7시 17분


프란젠
요즘 미국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조나단 프란젠(Jonathan Franzen)의 소설 < 콜렉션(The Corrections) >(Farrar, Straus & Giroux)이 올해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의 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프란젠은 최근 이 책을 소개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오프라 윈프리 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와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마크를 소설 표지에 붙이는 문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미국 문단 안팎의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참고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는 한달에 한 번 책 혹은 저자를 소개한다. 여기에 출연하면 베스트셀러로 오르는 것은 떼논 당상이어서 미 출판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주로 대중적인 책을 소개하는데, 처음에 한 무명 출판사에서 냈던 로버트 키요사키의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도 여기서 소개되어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은 책 표지에 리본 모양의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마크를 붙이게 된다. ‘반즈 앤 노블(Barns & Noble)’ 같은 대형 서점 체인에서는 여기 소개된 책들을 별도로 전시해 주목을 끌게 한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프란젠이 이 마크를 책에 붙이는 것을 반대하면서 ‘오프라 윈프리 쇼’의 대중성을 슬쩍 비난하면서 비롯됐다. 오프라 윈프리는 즉각 발끈해 연례적으로 출연자와 가져온 연말 파티에 그를 초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프란젠이 이에대해 정중히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난 15일 뉴욕 맨하탄에 있는 메리어트 마퀴스 호텔에서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프란젠은 오프라 윈프라와의 걸끄러웠던 관계를 의식한 발언을 했다.

“좋지 않았던 지난 두 달 동안, 나는 내가 어려운 시기에 문단에 내가 어떤 유혈오락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자신의 북클럽에 선정함으로써 베스트셀러에 올려준 오프라 윈프리에 대해 다시 한번 “그녀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 컬렉션 >은 미국 중산층 사회의 가족해체를 소재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소설이다. 이 작품의 내용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하버드대 교환교수로 가 있는 정명희 교수(국민대 영문과)가 10월20일자 동아일보 북섹션 ‘책의 향기’ 해외서평 코너인 ‘보스톤에서’를 통해 알린 바 있다.

다음은 정 교수가 ‘책의 향기’에 기고한 서평 전문.

「해외화제도서」장애와 해체로 가득찬 세상 '교정들'

미국에서 40세가 안돼서 최고 소설가 중 하나로 꼽히는 조나단 프란젠(Jonathan Franzen)이 발표한 < 교정들(The Corrections) >이 화제다. 돈 드릴로(Don DeLillo) 필립 로스(Philip Roth)에 이어서 미국 문단에서 ‘진지한’ 작가로 평가 받는 프란젠은 신작 소설로 “순수 문학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미 작품은 여러 곳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오프라 윈프리 TV쇼에도 소개됐으며,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소설이 누구나 읽는 문학 작품이라는 희귀한 존재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프란젠은 그의 세 번째 작품인 이 소설에서 광대한 스케일로 한 가족의 기능 장애와 해체를 사회 전체의 기능불량과 연관지으면서 문화 전체의 병을 진단하고 있다.

주인공 에니드는 야심차게 마지막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하고 자식들을 불러모은다. 엄격한 규율가로 자식들에게 압제적이었던 남편 알프레드는 파킨스씨병에서 유발된 치매로 평정을 잃고 몸부림친다.

큰아들 개리는 가정의 불화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멋진 요리사인 딸 드니즈는 상사 부인과의 동성애로 자신의 경력을 망치고, 이름뿐인 대학교수인 둘째 아들 칩은 동구권 정치가들을 도와주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려 시도한다. 작가는 개개인의 뒤틀린 드라마들을 통해서 소비문화의 어리석음을 풍자하고, 닷컴 시대의 퇴폐와 분열하는 동구권을 희극적으로 묘사하며, 각종 사회적 문제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개리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그들 가족사의 문제들을 교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냐고 묻자 에니드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작품에서 뇌조직을 혁신적으로 고친다고 추정되는 ‘코렉톨’(Corecktall·모두 교정한다는 의미)은 약물 치료로 마음과 세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음을 상징한다.

온갖 잘못들로 가득찬 세계에 내동댕이쳐진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회복시켜줄 교정물을 발견하지 못한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에니드는 “그녀가 시도했던 모든 교정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음”을 자각한다. 그러나 75세의 나이에도 “아무 것도 그녀의 희망을 죽일 수 없다”면서 그녀 인생을 변화시키려 한다.

일체의 교정을 거부하는 프란젠의 ‘교정들’은 정확하고 투명하게 삶을 드러내면서 현실의 초월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무모한 환상일 뿐이다.

결국 교정의 굴레들을 벗어날 수 있는 첫 걸음은 “교정할 수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에니드처럼 교정의 환상이 거듭 깨어지는 현실 속에서 배울(?) 수 밖에.

정명희(국민대 영문과 교수·하버드대 교환교수)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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