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PIFF광장은 마케팅광장?

  • 입력 2002년 11월 18일 17시 48분


중반에 접어든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객들로 부산 남포동의 ‘PIFF 광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데 PIFF 광장에 있는 22개 부스 중 영화제 출품작은 ‘해안선’ ‘마리이야기’ ‘광복절 특사’ 정도다. 개봉을 앞둔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마들렌’은 물론 각종 영화 전문잡지와 영화관, 심지어 외식업체까지 영화제와 무관한 것들이 늘어서 있다.

통역 지원을 위해 마련된 부산외국어대 부스에는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입학 설명 자료까지 비치했다. 부스를 잡지 못한 국내영화 ‘색즉시공’ ‘휘파람 공주’는 영화 속 등장인물의 복장을 입은 아르바이트생으로 거리 홍보에 나섰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관객의 눈길을 더 끌기 위해 영화 포스터는 물론, 엽서, 가방, 모자, 수첩, 화장품, 다이어리 등 물량 공세에 나섰고 이를 받기 위해 팬들은 수십미터씩 줄을 서고 있다.

영화 ‘밑줄 긋는 남자’ ‘스턴트맨’ ‘국화꽃 향기’는 부산 촬영 일정을 이 시기에 맞췄고 영화 ‘바람의 파이터’ 제작진은 주인공인 가수 ‘비’를 부산으로 모셔와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처럼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심지인 PIFF 광장에는 영화제와 ‘무관한’ 홍보나 마케팅이 진짜 관계자’를 압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영화 팬들의 관심이나 미디어의 세례를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본 영화 관계자는 영화제 초기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홍보 이벤트 마당이 된 PIFF를 걱정했다.

“1, 2회 때는 준비가 미숙하긴 해도 좋은 영화를 한 편이라도 더 보겠다고 달려온 젊은 영화학도의 열정이 PIFF 광장 곳곳에 가득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마케팅 맨들이 설치고 있다. 영화제가 양적으로 성장했다는 표시이기도 하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부산〓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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