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저분이 회원이었나요?"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7시 57분


연극배우 박정자씨의 출판기념회가 21일 오후 6시 서울 대학로 정미소 극장에서 열렸다.

박씨의 연극 인생을 다룬 두 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된 것을 기념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박씨의 후원회인 ‘꽃봉지회’의 열세번째 연례 정기 모임도 겸했다.

‘꽃봉지회’는 15년전 ‘연극배우 박정자’를 아끼는 연극팬 12명이 시작한 모임. 현재 회원은 270여명으로 문화 예술계 인사도 많지만 주부 등 평범한 팬들이 70%를 차지한다.

이날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특별한’ 회원이 한 명 참석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다. 한여사는 행사 시작 10여분전에 도착해 사람들과 인사하고 악수를 나눴다. 방명록을 쓰는 테이블 위에 놓인 꽃바구니의 리본에는 ‘이회창·한인옥’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모임에 참석한 박씨의 지인들은 물론 꽃봉지회의 회장 조차 한여사가 꽃봉지회의 회원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기자가 “꽃봉지회의 회원이시냐”고 묻자 한여사는 “최근에 가입했다. 내가 박정자씨를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여사는 하지만 정작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다른 일이 있다”며 주인공인 박씨의 무대 인사말 조차 듣지 않고 떠났다.

초기 꽃봉지회 멤버로 10년 넘게 박씨의 연극을 후원하고 지켜봤다는 꽃봉지회의 한 회원은 “이 모임은 순수한 모임으로 정치인도 거의 없다. 앞으로도 그런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꽃봉지회 정례 모임에서도 한여사를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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