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양자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니

  • 입력 2007년 1월 27일 03시 11분


코멘트
◇ 아인슈타인의 베일-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안톤 차일링거 지음·전대호 옮김/312쪽·1만5000원·승산

◇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 지음·전대호 옮김/352쪽·1만8000원·승산

흥미롭게도 성경 창세기 천지창조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빛이야말로 1900년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프랑크에 의해 탄생한 양자역학의 출발점이었다.

1887년 독일 베를린에 제국물리학공학연구소가 세워졌을 때 첫 임무는 가스등과 전기등 중에 어떤 것을 가로등으로 쓰는 것이 좋은지를 비교 평가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소의 실험물리학자들은 2개의 광원을 직접 비교하는 손쉬운 길을 두고 이상적 광원을 찾아내 그와 비교하겠다는 험난한 길을 택했다.

이상적 광원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오로지 벽의 온도에 의해서만 빛이 발산되는 ‘빈 공간’이었다. 프랑크는 이 ‘빈 공간’의 빛의 발산 원리를 연구한 끝에 빛의 알갱이인 광자라는 양자(quantum)의 한 형태를 끌어냈다.

이는 빛은 파동이라는 고전물리학의 이론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원용해 빛이 금속의 전자를 떼 내는 현상을 설명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25년과 1926년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는 수학공식을 통해 빛은 파동이면서 알갱이일 수가 있음을 증명했다. 필연과 인과법칙의 고전물리학이 무너지고 우연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대물리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실험물리학자인 안톤 차일링거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는 ‘오늘날 양자역학의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주장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민다.

그는 가스등이냐 전기등이냐는 실용적 목적에서 탄생한 양자역학이 어떻게 반도체, 레이저, 양자컴퓨터, 나노기술 등 정보기술(IT)산업으로 연결되는지를 물 흐르듯 소개한다.

1997년 광자의 순간이동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노벨 물리학상 단골 후보에 오른 그는 우리의 직관적 세계와 다른 양자역학의 세계가 오히려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우연과 중첩과 얽힘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세계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실체는 곧 정보’라는 새로운 철학적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광자의 순간이동도 곧 그 광자가 지닌 정보를 다른 광자로 이동시킨 것이었다.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 미국 윌리엄 앤드 메리 칼리지 교수는 이런 차일링거 교수의 깨달음을 철학적 물음으로 발전시킨다. 그는 양자역학의 질문이 과거 ‘어떻게’라는 자연과학적 질문에서 ‘왜’라는 철학적 물음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정보란 무엇인가’와 ‘예-아니요’라는 비트 형태의 정보를 존재 그 자체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베이어 교수는 ‘형상의 주입’이라는 뜻을 지닌 정보(information)의 어원으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는 양자정보학의 세계까지 종횡으로 누비며 정보혁명과 양자역학의 만남이 인간의 세계관까지 변화시킬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이제 뇌과학이 철학적 인식론의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면 양자역학은 존재론의 영역에 새로운 빛을 비추고 있다. 과학을 모르는 자, 인문학을 말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을 절감케 해 주는 책들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