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개에 대하여’…개들은 코로 세상을 본다

  • 입력 200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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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몹시 사랑한다는 저자 스티븐 부디안스키. 그는 개를 있는 그대로, 개다운 본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자고 말한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북스
개를 몹시 사랑한다는 저자 스티븐 부디안스키. 그는 개를 있는 그대로, 개다운 본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자고 말한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북스
◇개에 대하여/스티븐 부디안스키 지음·이상원 옮김/320쪽·1만5000원·사이언스북스

우리가 스스로 주머니에 든 돈을 꺼내 주면서도 미소 짓도록 만드는 수상쩍은 짐승, 개!

생물학적으로 볼 때 개는 사회적 기생동물이다. 1만 년이 넘도록 아주 솜씨 좋게 인간에게 빌붙어 왔다. 라틴어로 개(canis)는 ‘기생충, 식객’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는 어떻게 해서 사람과 한집에서 살게 되었을까? 개의 선조인 야생늑대는 지구상에 채 10만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는데 개는 어떻게 수십억 마리가 득실대고 있을까?

개는 인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략했다. 우리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있는 작고 약한 것, 더욱이 눈이 크고 머리가 둥근 대상에 대한 보호본능을 건드렸다.

“개는 인간의 생태적 틈새를 멋지게 파고들었다. 개와 인간의 공존을 선택한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길들여지기’를 선택한 것은 개였다.”

사람과 개가 보는 세상은 전혀 다르다. 인간은 시각적인 동물이지만 개는 후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기억한다. 개의 머릿속에 저장된 세상의 모습은 아마 다양한 냄새의 조합이리라.

개는 30∼60cm 이내에 있는 대상은 잘 보지 못한다. 초점을 맞추지 못해서다. 개가 아주 가까이 놓인 물체를 냄새 맡거나 발로 건드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애견가가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색맹은 아니다. 빨강-주황-노랑-초록과 파랑-보라를 뭉뚱그려 구분한다. 빨간 공과 파란 공은 구분한다. 그러나 빨간 공과 노란 공은 구분하지 못한다.

개들의 기이한 행동은 개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다. 개들은 처음 만나면 꽁무니 냄새를 맡는다. 그것은 개들의 ‘선조 늑대’가 발전시켜 온 고도의 ‘적응 행동’이다. 특정 개체를 냄새와 연결하고 이후 마주치게 될 배설물 표시를 알아보는 데 효과적이었던 거다.

“꽁무니 냄새를 맡는 것이 이상하다면 개들 역시 사람들이 처음 만날 때 왜 악수를 하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개와 인간 사이에는 엄연히 문화적 차이, 문화적 충돌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사코 개를 의인화하려 한다. 인간의 모습을 투영시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덜컥 믿어버린다.

비싼 카펫에 실례를 한 개는 자기 잘못을 알고 있다? 그러나 개는 주인이 왜 화를 내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체벌이 효과를 거두려면 잘못된 행동과 거의 동시에 체벌을 가해야 한다. 몇 초만 지나도 개는 자기 행동과 체벌을 연결시키지 못한다.”

타이밍을 놓친 체벌은 개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런 체벌이 반복되면 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는 것이다.

이 책은 진화론과 동물행동학으로 풀어 본 ‘개의 진실’에 대한 보고서다. 너무나 익숙해서 잘 알지 못하는 짐승, 그 개에게 덧씌워진 인간의 욕망과 생각을 한 꺼풀씩 벗겨 낸다. ‘네이처’의 편집장을 지낸 저자는 진지하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개를 바라보며 해묵은 오해와 편견을 깨뜨린다.

“개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동물이다. 아주 매력적이다. 그러나 개는 개일 뿐이다. 개를 있는 그대로, 개다운 본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자.”

인간과 개 사이에는 공통점도 많을 터이다. 그러나 두 종의 유대를 확고히, 그리고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둘 사이의 뚜렷한 차이점이 아닐까. 전혀 다른 두 존재가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소중하지 않은가.

“개가 인간이었다면 아마도 상종 못할 망나니였으리라. 하지만 다행히 개가 된 덕분에 그토록 멋진 것이다!”

원제 ‘The Truth About Dogs’(2000년).

같은 저자의 ‘고양이에 대하여’(2000년), ‘말에 대하여’(1997년)도 함께 번역 출간됐다.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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