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서울 남대문로 '바바라멘'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45분


◇8시간 끓인 돼지사골 육수 뒷맛 개운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한국은행 가는 길에 10평 남짓한 ‘라멘집’이 있다. 좁은 실내가 답답해 보이지만 무슨 라멘이든지 국물맛을 보면 속이 확 뚫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 ‘바바(馬場·02-776-0501)’. 명동과 가까운 덕에 일본 관광객들이 항시 50%쯤 앉아 있다. 혼자서 점심먹는 회사원들, 남대문에 쇼핑왔다가 간식먹는 사람들, 느끼한 일본 라멘에 싫증난 사람들이 주로 이 집을 찾는다.

한마디로 ‘육수가 다르다’. 일본 유학 도중 4년간 라멘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장 장석현씨(29)가 일본인 주인으로부터 비결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새벽에 나와 약한불 중간불 강한불을 번갈아가며 돼지 사골을 8시간 정도 끓인다. 색을 내기 위해 감자나 당근을 넣었다 빼기도 하고, 그윽한 향을 내기 위해 돼지 비계만 30분∼1시간 정도 넣었다 빼기도 한다.

일본 간장 대신 한국 간장으로 간을 낸 ‘쇼유(간장)라멘’, 도가니탕이나 설렁탕 맛과 흡사한 ‘시오야사이(소금야채)라멘’, 감자탕 국물처럼 걸쭉한 ‘미소(된장)라멘’ 등 4000원대 메뉴가 주종이다. 한국손님들을 위해 고춧가루를 내놓고 있으나 요즘은 오히려 일본인들이 좋아한다. 사장 장씨는 “한국에 들어온 라멘집들은 대부분 기름기가 많은 규슈지방 스타일을 선호하는 반면 바바는 뒷맛이 고소하고 개운한 정통 도쿄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네기(파)라멘’, ‘자슈(돼지 삼겹살부위)라멘’은 5000원대. 돼지고기에 파를 무쳐 먹는 가쿠니(2700원)는 라멘 하나로 배가 안찰 때 먹을 만하다. ‘독센젠부이리(特選全部入)’ 라멘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거론된 모든 재료들을 얹어 8000원이다. 일본식 냉면인 ‘히야시 추카’도 면발에 소스를 찍어 먹는 맛이 독특하다.

가게, 특히 입구가 워낙 좁아 주의깊게 살펴야 문을 찾을 수 있다. 대로변에 있는 탓에 주차는 안된다.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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