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바다로 간 게으름뱅이'펴낸 정수복부부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41분


◇ 바다로 간 게으름뱅이/정수복, 장미란 지음/336쪽/ 1만원/ 동아일보사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스스로 느림의 삶을 선택한 부부가 있다. 세상은 이들의 선택을 패배자의 자기합리화 쯤으로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 부부는 당당하다. 이들은 지금 같이 과열된 물질문명 속에는 “주류에 끼기도, 남들이 껴준대도 싫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느리게 살 수 있을까 늘 궁리해온 이 부부가 ‘바다로 간 게으름뱅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경쟁논리에 지배되지 않는 한편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살아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주인공은 사회운동연구소 정수복 소장(46)과, 한국 알트루사의 장미란 부회장(46) 부부. 정씨는 1999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어 독자들에게도 낯익은 인물이다. 그가 운영하는 사회운동연구소는 ‘느림의 철학’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개인연구소로 이들 부부 역시 사회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생활의 중심은 언제나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데 두고 있다.

정씨 부부는 각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와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 함께 유학하는 등 세속적인 의미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누구보다 출세의 길이 보장된 이들이 스스로 도태되길 희망한 까닭은 무엇일까?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려 이리 뛰고 저리 뛰었습니다. 문득 이대로의 삶이 과연 행복한가 의구심이 들었고, 제 대답은 ‘아니다’였어요. 그 때부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죠. 물질주의적 가치관에서 벗어나니 필요한 만큼의 물질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정수복)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물론 나름대로 시련을 겪은 탓도 있다.

“유학에서 돌아올 때가지만 해도 모든 것이 순탄하게만 보였죠. 그러나 남편이 쉽게 교수직을 얻지 못했어요. 실력만으론 교수직을 얻을 수 없는 한국사회의 모순된 현실은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게 돼 기뻐요.”(장미란)

정씨 부부는 현재 한국사회에는 40년간의 급속 성장에 따른 피로증후군이 만연해있다고 진단한다. “다시 한 번 뛰어보자”는 이야기는 더 이상 먹혀들 구석이 없다는 것.

이 책에서 정씨 부부는 이제는 좀 쉬어가야 할 때라며 새로운 삶을 위한 일곱가지 제안을 내어놓았다. 자기만의 시간 갖기, 내면의 평화 만들기, 느림의 생활 양식 만들기, 가난한 삶 선택하기, 성찰성과 영성 키우기, 녹색 감수성 키우기, 보살핌의 윤리 실천하기가 그 항목들이다. 저자 본인들은 어느 정도나 이같은 삶을 실천하고 있을까.

“아직 초심자에요. 하하. 성인이 아닌 이상 100% 초연할 순 없겠죠. 하지만 산책을 하면서 나무와 대화를 나누고 나무 밑둥을 안아보기도 하는 등 늘 자연과 교감하려 노력합니다. 명상의 시간을 자주 갖고 성경도 자주 읽습니다.”(정수복) 336쪽 1만원 동아일보사.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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