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프로젝트21]"일하면서 배운다" 뉴욕대생 힘

  • 입력 2000년 9월 5일 19시 04분


뉴욕은 미국이 아닌 별도의 ‘나라(Nation)’라는 말이 있다. 뉴욕이 그만큼 독특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 뉴욕의 중심 맨해튼에 있는 뉴욕대(NYU)도 하버드나 예일같은 아이비리그와는 확연하게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이론 못지않게 현장경험을 중요시하는 학풍 탓도 있겠지만 세계 경제와 문화의 한복판이 바로 그 학습의 현장이라는 이유도 무시할 수가 없다. 뉴욕 문화예술계에서 중추로 활동하는 이들 가운데 뉴욕대 출신이 많다. 뉴욕대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양쪽 어깨에 전화를 얹어놓고 계속 통화하면서 두 손은 각각 한대의 노트북 컴퓨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뉴욕대생은 대부분 학과공부와 현장실습을 병행하기 때문에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직장에서 일을 한다. 필자처럼 비즈니스스쿨에 다니는 친구들은 직장에서 전화를 받으면서 한손으로는 통계 데이터를 입력하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리포트를 작성한다.

엄청나게 힘들겠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맨해튼은 그런 삶의 에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마법의 장소니까. 맨해튼의 해리 포터들이 마법을 배운 곳으로 들어가 보자.

뉴욕대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의 캠퍼스는 없다. 뉴욕대라고 하면 맨해튼 복판에 있는 워싱턴광장 공원 주변에 밀집된 콘크리트 건물들을 지칭하지만 뉴욕대 건물들은 머레이힐과 그리니치빌리지, 차이나타운, 소호, 노호, 첼시까지 맨해튼 사방으로 뻗어있다.

도심 속에 뿔뿔이 흩어진 이들 캠퍼스를 구분지는 것은 단과대별로 독특한 건축양식과 함께 그곳 학생들의 독특한 개성이다.

뉴욕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놀라는 것은 뉴욕대 학생들의 다양한 패션. 그래서 미시간대 스타일이나 하버드대 스타일이라는 말은 가능해도 ‘NYU 스타일’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비즈니스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은 휴대전화와 ‘팜파일롯’(PDA·휴대용정보단말기)등의 ‘시간관리 장비’를 곳곳에 장착한 검정 톤의 정장과 긴팔 와이셔츠 차림에, 손에는 가죽가방을 들고 다닌다. 반면 예술대 학생들은 정장과 캐주얼을 절충한 패션에 대개 가죽소재로 멋을 낸다. 검은 색 옷에 문신이나 피어싱으로 멋을 낸 친구들은 인문대학생들일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카키색 바지에 폴로셔츠만 걸쳐입는 식으로 간결한 복장을 한 학생들도 있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뉴욕대 스타일의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생긴 그대로 꾸밈없이 놔두는 경우가 없다는 것. 뉴욕대생들은 남에게 비치는 이미지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싸구려 청바지를 한 벌 살 때도 자신의 옷장속 다른 옷들과 맞춰입을 때 어떤 이미지를 심어줄 것인가를 고심한다.

이미지에 대한 민감한 자의식은 뉴욕대 학생들의 스타일뿐만 아니라 뉴욕대 학풍의 뚜렷한 특징이기도 하다. 교수들도 교과과정을 구성할 때 그 과정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진보적인가를 매우 중요하게 고려한다. 뉴욕대에서는 얼마나 많이, 잘 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아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뉴욕대의 교과과정은 매년 최첨단 이론으로 끊임없이 갱신된다.

학생들의 개성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뉴욕대생들에게도 공통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 뉴욕대생들은 하나같이 대학생활을 맨해튼에서 하기로 선택한 것에 대한 투철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립의식이 강하고 자신감 넘치며 매우 적극적이다.

뉴욕대생들은 직장경력은 학교공부를 마친뒤 쌓아도 늦지않다고 생각하는 아이비리그의 ‘철학자’들과 달리 학교생활을 하면서 이미 전문분야 경력을 쌓느라 매우 바쁜 종족이다.

뉴욕대에서는 교과외의 현장실습과정은 3학년 이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한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남보다 더 빨리 성공하려는 욕심에 1,2학년 때부터 현장실습에 뛰어든다. 학교에서 나서지 않아도 학생들이 알아서 산학협력에 나서는 셈이다.

전형적인 뉴욕대생의 하루는 대개 기숙사에서 늦잠을 자다 후다닥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그날 목적에 맞는 복장으로 갈아입고 전날밤 미처 못끝낸 과제물을 마무리한 뒤 휴대전화와 PDS, 열쇠, 지갑, 지하철카드 등으로 무장하고 기숙사방을 나선다. 그리고 워싱턴스퀘어공원을 바쁘게 뛰어서 강의실로 직행한다. 아침은 강의 중간중간 카페테리아를 갖춘 건물에 멈춰 간단하게 때우기 일쑤다. 또 강의가 비는 시간을 이용해 관심분야의 취업 면접을 보거나 각종 전공관련 모임에 참석한다. 이때 아침에 무장한 온갖 전자장비들이 눈부신 화력을 발휘한다.

수업을 마친 뒤에는 다시 일터로 향한다. 대개 2∼4시간의 근무시간이 끝나면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과제물들을 마친다. 밤늦게 과제물을 마치면 다시 친구들을 불러모아 바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시간은 오전 2시∼4시. 뉴욕대생들은 주중에는 거의 서너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고 토요일에 한꺼번에 몰아서 잠을 잔다.

비즈니스스쿨 학생들은 더 바쁘다. 3학년이면 대부분 자신의 사업체를 꾸려가기 때문에 수업시간 중간중간 비즈니스와 관련된 인사들을 만나야 하고 밤에는 직장동료들과 소호나 첼시로 나가 기분전환을 겸한 사교활동을 하다 다시 회사로 돌아와 밤새도록 일하기 일쑤니까.

깜빡한 것이 있다. 뉴욕만이 제공할 수 있는 온갖 문화생활을 향유할 시간도 남겨둬야 한다. 이쯤되면 뉴욕대생들이 시간을 다루는 마술솜씨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이 졸업한 뒤 새로운 뉴욕 문화생산의 중심이 된다.

뉴욕〓조승연(19·뉴욕대 비즈니스스쿨 1년·J P 모건 인턴쉽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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