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최우석/'기업엘리트의 21세기 경제사회비전'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기업엘리트의 21세기 경제사회비전' 김경동 외 /문학과 지성사 ▼

IMF 사태가 터지고 한국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1998년 여름 무렵 한국의 경영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들은 IMF 사태의 원인을 무엇이라 보았으며, 한국경제의 현실과 전망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는가.

이에 대한 흥미있는 보고서가 사회학자 3명의 공저로 나왔다. ‘기업엘리트의 21세기 경제사회비전’은 한국의 경영자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이 연구는 서울대 사회학과의 김경동 임현진 서이종 교수가 한국 일본 중국을 대상으로 한 ‘동아시아 자본주의 정신의 비교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인데 마침 IMF 사태가 터져 더 흥미있는 기록이 되었다.

이 책은 동양 3국의 자본주의 정신을 비교 연구하기 위한 것이어서 기업가 정신의 본질에서부터 우리나라 상인 및 기업가에 대한 역사적 고찰도 곁들여 있지만 역시 흥미로운 부문은 IMF 사태 후 한국의 대표적 경영자 24명의 면담 기록이다. 24명 중엔 오너경영자도 있고 전문경영자도 있다. 나이는 40에서 60세까지 걸쳐 있으며 제조업에서 서비스까지, 중소기업에서 재벌급 기업까지 다양하게 망라했다.

사람마다 1시간 이상씩 직접 면담하여 익명을 전제로 들은 기록이기 때문에 비교적 솔직하다. 평소엔 접근하기도 어렵고 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최고경영자들의 증언이라 매우 흥미롭고 또 시사적이다.

최고경영자들의 증언 속엔 2세 승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부, 관료, 대학, 노동조합들에 대한 솔직한 견해들이 나온다. 기업 스스로의 문제에 대한 자기반성도 하면서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경영자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각기 다르지만 기업도 사회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기업에도 문제점이 많고 고칠 점도 많지만 정부를 비롯한 다른 분야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의 연구 수준이나 인력양성 현실, 관료들의 전문지식과 능력에 대해서도 좋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IMF 사태나 기업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무성한 대신 막상 위기를 맞게 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이해는 충분치 못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은 전문가들에 의한 전문적 연구기록이지만 내용은 알기 쉽게 썼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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