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마음을 뒤흔드는 카라얀의 손놀림…베스트음반 발매

  • 입력 2002년 4월 9일 18시 17분


“지휘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또한 최후의 거장.”(구스타프 쿤)

“그가 하는 모든 것은 강력하지만, 깊이가 없는 것들 뿐이다.”(요제프 바이스베르크)

그의 예술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그러나 대중의 마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지휘자,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지휘자, 세계 문화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지휘자가 그라는 점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상임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살아있으면 94세가 되었을 그를 기리는 카라얀 베스트 음반이 발매됐다. 유니버설뮤직 코리아가 자체 기획 선곡한 ‘더 베스트 오브 카라얀’. 리스트 ‘전주곡’, 알비노니 ‘아다지오’, 바그너 ‘사랑의 죽음’ 등 열 세 곡을 ‘한 장 값의 두 장’(2 for 1)앨범에 실었다.

앨범에 실린 열 세 곡은 카라얀이 대중에게 가장 어필했던 ‘탐미성’과 ‘집중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레퍼토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중 ‘새벽’은 현악기와 목관 등 다양한 음색의 ‘팔레트’를 현란하게 섞어내는 카라얀의 솜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리하르트 시트라우스 ‘죽음과 변용’은 붉은 뜨거움을 넘어 흰 색깔로 타올랐던 카라얀-베를린필의 독특한 집중력을 드러내준다.

☞ 앨범 상세정보 보기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알비노니 ‘현을 위한 아다지오’ 등 한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소품 레퍼토리도 여럿 실려 초보 감상자가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막아준다.

카라얀은 1929년 잘츠부르크에서 지휘자로 데뷔, 1935년 27세의 나이로 아헨 오페라극장 총감독에 취임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한때 나치 부역혐의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1955년 타계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하모닉 종신상임지휘자가 됐으며, 개인기업 ‘코스모텔’을 설립해 자신의 콘서트와 오페라 등을 영화화하는 등 사업가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만년에 독선적 면모를 보이며 단원들과 잦은 충돌을 보였던 그는 1989년 마침내 베를린 필하모닉을 사임했으며 같은 해 타계했다.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 조수미 등 여러 음악계 스타들을 찾아내 스타덤에 올린 점에서도 그는 높은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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