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의 우리문화 우리건축]日 고베시 예식장용 교회

  • 입력 1999년 11월 7일 20시 05분


서양의 고대 로마시대에도 규격화된 결혼식은 없었다. 같이 살면 부부가 되고 헤어지면 남이 되었다.

결혼의 의미는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혼이 단지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초인적인 의지에 의해 맺어지고 풀리는 것이라는 사고는 그만큼 엄숙한 의식을 요구했다. 결혼은 교회에 가서 신 앞에서 행하는 의식이 되었다.

결혼식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 따라 그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결혼식도 유럽 양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기독교가 그리 널리 퍼져있는 국가는 아니지만 일본에서도 서양풍 결혼식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믿는 종교는 기독교가 아니어도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이 유행은 예배 없이 결혼만 진행하는 특이한 교회를 만들었다. 호텔에 부설되어 있는 결혼식용 교회는 체인점의 형태도 띠게 되었다.

일본 고베에도 그런 작은 교회가 세워졌다. 그러나 건축가에게 교회는 교회였다. 그가 여기서 보여주려고 한 것은 빛이라는 종교의 본질이었다. 벽에는 덧칠도 없는 콘크리트가 그냥 노출되었다. 실내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최소한으로 마련되었다. 밋밋한 콘크리트 박스에 비치는 강렬한 빛과 그림자는 이 교회를 그 어떤 예배용 교회보다도 엄숙한 의식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의 건축계는 이 건물이 가장 일본적이고 가장 현대적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일본의 문화는 그렇게 세계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