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의 우리문화 우리건축/미술관]佛퐁피두센터

  • 입력 1999년 10월 17일 18시 49분


미술관은 방의 크기와 배치 관계가 다른 종류의 건물보다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서 건축가는 비교적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미술관을 이루는 전시실의 기존 개념을 깨버린 건물이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이다. 건물 전체가 나선형의 경사로로 이루어진 이 건물에는 전시실 간의 구분이 없고 각 층의 구분도 사라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간 관람자가 경사로를 걸어 내려오면서 벽의 미술품을 바라보게 만든 파격적인 양식이다.

건물로서 가장 획기적인 미술관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일 것이다. 전시장 도서관 연구센터가 함께 들어 있는 이 건물에서 건축가는 건물의 뼈대, 기계장치를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칸막이의 이동을 가로막던 것들이 모두 실외로 나갔으니 내부 공간은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구획할 수 있게 됐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도 바깥으로 노출되어 광장에 모인 시민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유리 너머 고스란히 밖으로 전달된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은 시민사회의 문화를 담을 수 없다는 것이 건축가의 이야기였다.

주목할 점은 세계대전의 폭격도 비껴난 유서 깊은 도시, 파리가 이 공장 같은 문화센터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출신인 두 젊은 건축가의 아이디어대로 지어진 퐁피두센터는 20세기 후반 건축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 되었다. 그리고 파리의 중요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파리는 건축에서도 굳건히 세계의 중심임을 알리는 증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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