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17>米(쌀 미)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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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에서의 米가 무엇을 그렸는지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아래 위의 세 점이 벼인지 벼를 찧은 쌀인지 분명하지 않고, 중간의 가로획도 벼의 줄기인지 쌀을 골라내기 위한 체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작은 점들이 벼라면 중간의 획은 이삭 줄기일 테고 벼를 찧은 쌀이라면 체일 테지만, 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쌀은 전 세계 인구의 40% 정도가 주식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인들에게는 가장 대표적인 식량이다.

벼가 중국에 들어간 이후 쌀은 가장 중요한 식량이 되면서 米는 쌀은 물론 기장이나 조 등 일반 곡식까지 지칭하게 되었다. 예컨대 粉(가루 분)은 쌀(米)을 나누어(分·분) 만든 ‘가루’를, 粒(알 립)은 쌀(米)의 독립된(立·립) 단위인 ‘낱알’을, 粃(쭉정이 비)는 쌀에 비견되지만(比·비) 껍질만 있고 알이 들지 않은 ‘쭉정이’를, 粕(지게미 박)은 벼(米)의 흰 속살(白·백)까지 나오게 벗겨낸 상태를, 자(기장 자)는 쌀(米)에 버금가는(次·차) 곡식인 ‘기장’을 말한다. 또 粮(糧·양식 량)은 식량으로 쓸 양질(良·량)의 곡식을, 粟(조 속)은 다음해에 씨앗으로 쓰고자 광주리(西·서)에 담아 놓은 곡식을 말한다.

또 粲(정미 찬)은 손(又·우)으로 뼈(알·알)를 갈듯, 쌀을 찧어 白米로 만드는 것을 말했는데, 찧은 쌀은 하얗고 깨끗한 색깔을 내비친다는 뜻에서 ‘찬란함’의 뜻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파생된 璨(빛날 찬)은 옥(玉·옥)이 빛남을, 燦(빛날 찬)은 불꽃(火·화)이 번쩍임을 말하며, 澯(맑을 찬)은 티 없이 맑은 물결(水·수)이 잔잔하게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런가 하면 적(쌀 사들일 적)과 조(쌀 내어 팔 조)는 각각 쌀(米)을 사들이고(入·입) 내다(出·출) 파는 것을 말하는데, 이후 소리부인 翟(꿩 적)이 더해졌다. 粥((국,육,죽)·죽 죽)은 솥((격,력)·력)에 쌀(米)을 넣고 ‘죽’을 끓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며, 양쪽에 더해진 弓(활 궁)은 원래 피어오르는 김을 그린 것인데 잘못 변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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