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31>곶(串)과 만(灣)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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串은 …과 같은 자원을 가지는 글자로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끈이나 꼬챙이로 어떤 물건을 꿰어 놓은 모습을 그렸다. …은 금문에 들면서 그 물건이 조개(貝)임을 구체화 시켜 지금의 貫이 되었고 串은 이와 달리 어떤 네모꼴의 물건들을 세로로 꿰어 놓은(곤·곤) 모습으로 분화하였다. 이후 串은 형상성을 더욱 강화하기위해 l(꼬챙이 찬)을 만들기도 했는데 串에다 세로 꼬챙이(곤)가 하나 더해진 모습이다.

그래서 串은 貫과 같은 의미를 가지지만 ‘꼬치’라는 뜻풀이에서도 볼 수 있듯 주로 꿰다나 꿰어 둔 것이라는 의미에 치중되어 있다. 우리말에서는 ‘꼬치’처럼 바다 쪽으로 길게 내민 육지를 ‘곶’이라 하는데, 이 ‘곶’을 한자의 串으로 표기했다. 따라서 串을 ‘곶’으로 읽는 것은 우리말에서만 존재하는 특수 용법이다.

灣은 水(물 수)와 彎으로 구성되었는데 彎은 소리부도 겸한다. 彎(오른쪽 그림)은 다시 의미부인 弓과 소리부인 k으로 이루어졌는데 弓은 활을 그린 상형자이다. 그래서 彎은 활(弓)시위를 당길 때처럼의 ‘굽은(k)’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灣은 ‘굽이쳐(彎) 흐르는 물길(水)’이 원래 뜻이며 이로부터 바다가 육지 쪽으로 굽어 들어간 곳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다시 그곳은 배를 정박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정박하다’는 뜻까지 가지게 되었다.

灣이 배가 정박하여 머무를 수 있는 곳이라면 串은 육지가 튀어나온 곳이라 머물 수 없는 곳이다. 따라서 灣이 이질적인 문화가 섞이고 혼합되며 문화간 교류가 일어나는 곳이라면 串은 독자적인 문화가 시작하는 곳이자 고유한 지리적 경계가 그어지는 곳이다.

灣 역시 지리적 경계가 될 수 있지만 灣은 그 특성상 문화적 경제적 교류가 시작되어 지구화와 세계화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면 串은 육지의 가장 변두리이자 다른 문화와 쉽게 섞일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串은 한 문화의 시발점이 되지만 문화와 문명의 중심에서는 가장 떨어져 있는 변방이자 변두리로 쉽게 배제되고 간과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串은 변방이기는 하지만 폐쇄성을 특징으로 하기에 그곳은 자문화의 독자성과 자국 문화의 우월성을 배타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이중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세계화와 더불어 자본과 동력만이 발전의 개념으로 강조되는 이 시대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변방으로서 串이 가지는 속성과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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