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23>균형(均衡)

  • 입력 2004년 11월 2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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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均衡 발전이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중국도 최근 개혁개방 과정에서 소외된 동북과 서북지역의 均衡 발전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均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土(흙 토)와 勻으로 구성되었는데, 勻은 소리부도 겸한다. 勻은 포(쌀 포)와 두 점(二·이)으로 구성되었지만 금문에서는 손(又·우)과 두 점(二)으로 되었다. 又는 손동작을 뜻하고 二는 동등함을 상징하는 지사부호이다.

따라서 勻은 ‘손(又)으로 똑같은 비율로 나누는(二) 것’을 의미하고, 그로부터 均分(균분·고르게 나누다)의 뜻이 나왔으며, 나누면 원래의 양보다 줄기 때문에 ‘적다’는 의미도 나왔다. 土는 흙을 뭉쳐 땅 위에 세워 놓은 모습을 그린 글자이다.

그래서 均은 흙(土)을 높고 낮음이 없도록 고르는(勻) 것을 말한다. 이로부터 ‘고르다’나 均等(균등)의 뜻이, 양쪽을 균등하게 저울질하는 고대 저울의 특성에서 鈞(서른 근 균)처럼 ‘무게’나 ‘가늠하다’는 의미까지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운(韻의 옛 글자)은 시 같은 운문에서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소리(音·음)를 고르게(勻)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또 軍(군사 군)은 금문에서 車(수레 거)와 勻으로 구성되어 ‘전차(車)를 고르게(勻) 배치하는 것’이 軍의 가장 중요한 의미임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旬(열흘 순)도 금문에서는 日(날 일)과 勻으로 구성되어 태양(日)의 순환 주기를 고르게(勻) 나눈 것, 즉 고대 중국인들이 1년이라 생각했던 360일을 60갑자로 6번 나눈 10일을 말한다.

衡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行과 角과 大(클 대)로 이루어져, 사거리(行)에서 큰(大) 나무를 뿔(角)에 묶은 모습을 형상화했다. 衡은 사람이 붐비는 사거리를 지날 때 소가 뿔로 받을까 염려되어 뿔에 커다란 가름대를 달아 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衡은 소의 뿔에 매단 ‘가름대’가 원래 뜻이며, 이로부터 소나 말이 끄는 수레의 끌채에 다는 가름대라는 의미로 확장되었고, 그 가름대가 옛날의 저울을 닮았다고 해서 ‘저울’까지 뜻하게 되었다.

저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보다 무게를 재는 것이며, 오늘날의 전자식 저울이 보편화되기 전의 옛날 저울은 가름대 중간에 끈을 달거나 받침대를 두고 양쪽에 물건을 올려놓아 기울어지는 것을 가늠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衡에 저울질하다와 衡平(형평)의 뜻이 나오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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