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새책]조폭·야쿠자·변태…범죄 관련 서적

  • 입력 2008년 9월 23일 15시 09분


◇ 조폭 연대기/데이비드 사우스웰 지음·추미란 옮김/508쪽·2만2500원·이마고

세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됐으며 수지맞는 사업이라는 ‘조직범죄’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영국의 탐사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인터폴·유로폴·FBI 등 수사기관의 자료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조폭의 역사·계보 사실적으로 파헤쳤다. 이탈리아 마피아에서부터 미국의 갱단, 일본 야쿠자, 중국 삼합회 등 다루고 있는 조직도 방대하다. 한국의 조폭은 등재돼지 않았지만 대신 ‘긴자의 호랑이’라고 불린 한국계 야쿠자 보스 정건영(마치이 히사유키)이 소개됐다. 반 마피아 성향의 케네디 가문의 역설도 흥미롭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에 마피가 개입돼 있다는 설은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는 금주법 시대에 마피아와 불법 거래로 부를 쌓은 인물이라고 한다. 저자는 가난, 금지, 탐욕 세 가지가 조직범죄를 길러 낸다고 말한다. 탐욕은 인간의 근본 욕구로 어쩌지 못하지만 가난과 금지는 충분한 노력으로 시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기대다.

◇ 야쿠자, 음지의 권력자들/미야자키 미나부 지음·강우원용 옮김/264쪽·1만2000원·이다 미디어

야쿠자는 단순한 폭력조직이 아니라 일본 그 자체이다. 야쿠자 조직의 보스 아들이 쓴 야쿠자 긍정론이다. 저자는 1945년 교토 후시미의 야쿠자 조직 데라무라구미의 보스였던 아버지와 노름꾼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봉건제 사회에서 근대화를 거쳐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일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야쿠자의 시대적 필요성과 존재의의를 찾아냈다. 저자에 따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야쿠자 가문 출신. 그의 외조부가 바로 유명한 야쿠자 조직인 고이즈미구미를 번성시키고 군국주의 시절 체신상까지 역임한 고이즈미 마타지로이기 때문. 저자는 야쿠자 읽기는 일본의 숨겨진 속내를 들여다본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 악의 쾌락 변태에 대하여(억눌리고 은밀하게 숨겨진 우리 내면의 악의 본능)/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 지음·문신원 옮김/272쪽·1만3500·

중세 신비주의 고행자부터 15세기 아동살인마 질 드 레, ‘사디즘’을 탄생시킨 18세기 작가 사드를 거쳐 아우슈비츠의 살인마들, 소아성애자와 테러리스트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 분석가이자 역사학자인 저자가 인류 역사상 존재한 다양한 유형의 도착자들과 그들의 잔혹 행위를 분석했다. 다양한 형태와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도착 행위는 보편적이다. 저자는 인간 내면에 감춰진 파괴적인 욕망을 드러내고, 이 것이 예술적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숭고한 것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독특한 주제의식이긴 하나 심리학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이 공감하기엔 어려울 수도.

◇ 폭주노인/후지와라 토모미 지음·이성현 옮김/232쪽·1만원·좋은책 만들기

60-70대 소매치기 일당이 검거되고 70대 어부가 젊은이들을 살해하는 등 노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가출소녀를 4개월 가량 끌고 다니며 성추행하고, 동네 술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상대를 총으로 쏴 죽인 일도 있었다. 저자는 전통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의 급변이 노인들에게 사회 부적응과 고독을 가져왔고, 새로운 사회 상식에 순응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노인들의 분노가 사회 일탈적인 행동이나 범죄로 터져 나온다고 말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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