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맹자의 통렬함, 자본주의 탐욕을 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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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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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재의 맹자읽기/이우재 역주/884쪽·3만5000원·21세기북스

“공자가 옥(玉)이라면, 맹자는 얼음에 비유합니다. 말과 행동이 늘 따뜻하고 온후했던 공자와 달리 맹자의 글은 번쩍번쩍하고, 날카로운 칼처럼 폐부를 찌르는 통렬함이 있습니다.”

공자와 맹자의 차이는 소위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차이다. 맹자의 시대는 ‘싸우는 국가(戰國)’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중원을 제패하기 위한 전쟁이 총력전으로 변해 한층 격렬했다. 시대는 더욱 각박해졌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맹자의 날카로운 지혜는 이런 각박한 현실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저자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1978, 1980, 1988년 세 차례 구속됐다. 동유럽 사회주의가 몰락한 직후인 1990년대 초 인문학서당인 ‘온고재(溫故齋)’를 열고 동양고전 연구와 강의에 몰두해왔다. 이 책은 그가 2000년 ‘논어읽기’이후 12년 만에 펴낸 책이다.

그는 “전 세계가 자본주의의 탐욕으로 자기파탄을 드러내는 21세기에, 맹자를 다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논어의 첫 구절은 공부에 관한 이야기(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인 데 비해, 맹자는 인의(仁義)로 시작한다. ‘맹자’의 첫머리에서 양혜왕이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하실 일이 있겠군요”라고 묻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단지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왕이 이를 좇으면 신하도, 백성도 모두 각자의 이만 좇을 뿐이어서 결국 그 사회는 무너지고 만다는 뜻이다.

저자는 “맹자가 ‘개인의 이기심이 결국 사회 전체의 선이 된다’는 애덤 스미스 이래 자본주의 옹호론자들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선하다”며 “복잡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공자와 맹자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고전에서 지혜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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