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건강]유아포경수술 무엇이 문제인가

  • 입력 2001년 3월 6일 16시 41분


《지난 연말부터 매스컴과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설전을 펼치고 있는 의학계의 이슈가 있다.

유아포경수술에 대한 찬반론이 바로 그것. 아들이 태어나면 당연히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 현실에 경종을 울린 것은 반대론자들이다.

스스로 수술 가부를 선택할 수 없는 유아기의 포경수술은 일종의 학대에 해당한다는 그들의 주장과 함께 찬성측 의견도 들어 보았다.》

포경수술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왜 하게 된 것일까?

신생아 포경수술은 알려진 대로 유대인들에게 행해진 할례의식이다. 그들은 수천년 전부터 생후 8일 만에 포경수술을 해왔다. 성경에 따르면 이는 ‘아브라함이 100세 때 포경수술을 한 후 이삭을 낳자마자 포경수술을 시켰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다비드 조각상에서 유대인인 다비드의 성기를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바꿔치기 했다. 그 이유는 유럽에서는 유대인 말고는 포경수술을 받지 않는 정서를 고려한 때문이라고 한다.

포경수술의 시술 여부는 의학적인 측면 말고도 문화적 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와 가까운 나라인 일본, 중국 그리고 북한에서는 포경수술이 시행되고 있지 않는 점으로 미뤄,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문화적 영향은 아니라는 것.

이런 논란 속에 국제기구인 ‘포경수술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의장 조지 데니스턴(워싱턴대학) 교수는 포경수술이라는 잘못된 관행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게 된 원인이 자신의 동료인 미국인 의사들 때문이라는 사실에 대해 사과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울러 현재 전세계적으로 포경수술을 한 남성은 20% 미만이며 이중 이슬람 교도와 유대인들을 제외하면 5% 미만으로 추정된다며, 아마도 한국에는 6·25 전쟁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포경수술이 전파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새삼스럽게 포경수술이 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는지, 수술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반대 입장

신생아 포경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

포경수술시의 통증이 잠재의식에 남아 자라서 통증에 더욱 민감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뇌의 구조가 80% 형성되는 시기인 0~3세 사이의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보고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에선 일찍이 아기스트레스를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아기스트레스에 대한 나름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신생아 포경국가’라는 이름을 얻고 있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포경수술은 단지 외과적인 측면을 떠나 그로 인해 아기에게 미치는 정서적 측면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캐나다의 토론토 아동병원의 지데온 코렌 박사는 영국 의학전문지 <렌싯>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포경수술은 매우 큰 통증을 유발하며 아기들은 이 통증을 기억하므로 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렌 박사 연구진은 조사를 통해, 어렸을 때의 통증은 두뇌로 하여금 통증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조건화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

한 예로 미국학회에서 발표된 사례 중에는 육손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아이가 자라서 상처받은 것을 염려하여 생후 6개월에 수술을 시켜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 자주 문제를 일으켰고 치료과정에서 당시의 고통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아이는 성인과 달리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감각으로 순식간에 받아들이기 때문에 같은 상처도 어릴 때 받는 것은 성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포경수술은 청결, 위생이란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준다 해도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서적 결과를 생각한다면 아이에게 가해지는 절대적 폭력이라 할 수밖에 없다.

▶찬성 입장

포경수술 찬반 객관적 평가 어려워

흔히 포경수술이라 불리는 환상절제술은 가장 오래 전부터 시행돼온 수술 중 하나로 고대 이집트의 벽화나 성경 등에도 언급되어 있으며, 세계 여러 지역에서 가장 많이 시술하는 수술이다.

신생아의 환상절제술을 옹호하는 주장은 주로 환상절제술을 시행하지 않은 남아의 경우 요로 감염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보고 때문이다. 수술을 받지 않은 남아의 경우가 요로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병원성 세균이 귀두포피에서 번식하기 때문으로 여겨지는데, 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수술군에 비해 비수술군에서 귀두 주위 요도에 서식하는 장내 세균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였다고 한다.

한편 다른 학자들은 1~2% 발생하는 요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신생아에게 환상절제술을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유아의 환상절제술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출혈, 함몰음경 등은 총 시술환자의 0.2~5%로 보고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성인에 비해 합병증은 적다고 알려지고 있다.

환상절제술을 해서는 안 되는 신생아는 미숙아, 혈액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출혈성 경향의 가족력이 있는 환아 등이며 음경이상이 있는 경우에 시행하면 추후 음경 이상 교정술이 대단히 어려워지므로 시술 전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포경수술을 하고 안하고의 여부는 부모들의 문화적 배경, 사회적 보건환경, 의사들의 판단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일상적 환상절제술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다양하므로 다른 수술처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따라서 환상절제술을 할 때, 장단점에 대해 부모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시킨 후 부모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포경수술의 적당한 시기는 각 시기의 장단점으로 인해 언제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꼭 적당한 시기를 선택한다면 의학적으로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생각되는 신생아 때와 소아 때 하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때인 10~15세에 시행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포경수술이란 음경 포피를 적당한 절개로 제거함으로써 감춰진 귀두부를 드러내는 수술이다. 이러한 포경수술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신석호(신석호 소아정신과 원장) 박사는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통증이라 해도 발달단계에 따른 심리적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므로 이러한 것은 과장되어서도 축소되어서도 안 된다. 또 시술을 해야 한다면 이해가 가능하고,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연령이 됐을 때 하는 게 좋다. 이해가 가능한 나이가 되면 그러한 외적 통증은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부모가 정확하게 알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포경수술 반대로 인권상을 수상한 우리나라 학자들, 인터넷 사이트에서 맹활약

“119를 기억하십시오.

100명의 1명꼴로 포경수술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성인이 돼서요.

100명의 10명 꼴로는 포경수술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것도 성인이 되어서 결정하는 것이 옳습니다. 유럽의 경우를 고려하면요.

100명 중 90~99명에게는 포경수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사이트(www.pop119.com)에 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다. 사이트 첫머리엔 ‘이곳은 포경수술의 모든 것에 대해 최근을 지식의 제공함으로써 부모, 어린이, 성인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안내 설명과 함께 ‘태어난 직후가 아닌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의학적 이유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대적으로 포경수술을 시키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필리핀밖에 없다’며 잘못된 포경수술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는 ‘포경수술은 아이들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기치 아래 인터넷을 통해 반대운동을 벌여 국제기구로부터 인권상을 수상한 김세철(중앙의대 비뇨기과 교수), 김대식(서울대 물리학과부 교수), 박명걸(바이오 벤처기업 젠딕스 대표이사) 박사 등이 운영하는 곳.

이들에게 주어진 인권상은 유엔이 인정하는 국제기구인 미국 포경수술정보교육센터(NOCIRC)가 2년에 한 번씩 수여하는 상이다.

이들은 지난 9월 초 개설한 포경수술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이에게 가해지는 포경수술은 명백한 인권유린이며 이같은 포경수술을 강권하는 사회 분위기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사이트엔 포경수술에 대한 갖가지 질문이 쇄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포경수술에 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가를 입증하고 있단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포경수술은 대대적인 현상이 아니다.

-포경수술은 선진국이 주로 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일본, 유럽, 호주, 캐나다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포경수술은 12세 전후에 해주는 것이 좋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다. 포경수술의 비율이 우리나라 다음으로 높은 미국(55%)도 태어난 직후가 아니면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 글·홍명숙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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