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김갑식/졸속프로 자초하는 「겹치기 출연」

  • 입력 1999년 4월 27일 19시 35분


중고생이 희망하는 인기직업 1위가 연예인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지만 의외로 ‘구인난(求人難)’에 시달리는 곳이 방송가다.

26일 발표된 KBS 봄개편에서는 남희석 이휘재, 두 연예인의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두사람은 5월2일 첫회가 방영되는 KBS2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의 진행을 맡았다.

이들이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서 MC로 인기를 끌자 KBS가 이중출연을 불사하며 ‘모신’ 것.

개그맨 서세원도 마찬가지. 그는 KBS 2TV ‘서세원쇼’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SBS ‘밀레니엄 특급’ ‘황수관의 호기심천국’ 등 무려 4개의 프로에 겹치기 출연하고 있다.

KBS의 해명은 이렇다. “남희석 이휘재는 SBS 프로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 방송과 출연 계약을 했다.서세원의 경우 우리가 매달려서 계속 프로를 맡겼다.”

방송사가 비싼 출연료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기 MC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들의 지명도가 시청률을 올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개편 때마다 일부 연예인은 ‘몸값’ 올리기에 바쁘다.

문제는 졸속제작의 위험과 시청자들의 식상을 고려하지 않는데 있다.

일부 제작자들은 ‘힘센’ MC의 요구에 휘둘려 녹화일정까지 바꿔 주고선 방영시간을 대느라 허둥댄다. 반면 인기MC는 연구와 자기개발을 할 시간이 없다.

시청자들은 똑같은 진행자의 비슷한 말투, 비슷한 웃음을 이 방송 저 방송에서 보아야 한다.

시청률과 광고수입을 위해 연예인의 ‘반짝 효과’에 의존하는 KBS의 태도는 공영방송답지 않다.

김갑식<문화부>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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