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산다는 게 무엇이더냐

  • 입력 2006년 4월 2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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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수행은 특별한 어려움을 요구하는 고행은 아니다. 숭산 스님을 비롯한 선사들은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곧 선이라고 갈파했다. 선방에 있든, 번잡한 저잣거리에 있든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삼아 마음을 닦을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수행처가 된다는 것이다. 한 스님이 좌선 삼매에 빠져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선 수행은 특별한 어려움을 요구하는 고행은 아니다. 숭산 스님을 비롯한 선사들은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곧 선이라고 갈파했다. 선방에 있든, 번잡한 저잣거리에 있든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삼아 마음을 닦을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수행처가 된다는 것이다. 한 스님이 좌선 삼매에 빠져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삶의 나침반(2권)/허문명 지음/212쪽·9500원·열림원

◇ 선이란 무엇인가/스즈키 다이세쓰 지음·이목 옮김/263쪽·1만5000원·이론과실천

“혹시 숭산 스님 아니십니까.”

1974년 미국 뉴욕 할렘가의 한 세탁소. 브라운대 리오 프루덴 교수는 세탁소에서 허름한 차림에 삭발한 한 남자가 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 불교에 관심 있던 그는 책을 통해 숭산 스님의 얼굴을 알고 있었던 것.

“미국에 포교하러 왔습니다. 그전에 먼저 미국 사람들을 알기 위해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숭산 스님의 해외 포교는 이처럼 낮은 곳에서 시작됐다.

‘삶의 나침반’은 1972년 46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의 선(禪)불교를 세계에 알린 숭산(崇山·1927∼2004) 스님의 일대기다. 그의 30여 년에 걸친 포교활동으로 30여 개국에 130개의 선방이 세워졌고 5만여 명의 외국인 제자가 배출됐다. 2004년 입적한 숭산 스님은 생전에 달라이 라마, 틱구한, 마하 거사난다와 함께 4대 생불로 일컬어졌다.

큰스님이 뉴욕에 거주한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그의 낡은 아파트에는 가르침을 구하는 제자들로 가득 찼다. 스님은 서툰 영어로 “왓 엠 아이?(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벽안의 신도들은 이 간단한 질문에 진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못했다.

1권에선 주로 제자들의 회고를 통해 스님이 미국에서 포교를 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스님은 늘 “오직 모를 뿐”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안다는 것, 뭔가 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수시로 떠오르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마음을 나침반 삼아 ‘바로 지금 여기’에서 순간순간마다 열심히 살아가라는 가르침이었다.

2권에는 스님이 한국에서 수행한 과정, 주요 법문, 연보, 국제선원의 목록, 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제자들이 쓴 책 등이 소개돼 있다.

‘삶의 나침반’이 큰스님의 행적을 통해 선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면 ‘선이란 무엇인가’는 선의 개념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개론서다.

이 책은 세계적 불교학자였던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1870∼1966)가 1927년부터 이듬해까지 일본 오사카 묘중선사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한 내용을 모은 것.

스즈키는 1897년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을 영어로 번역하고 유럽 각지를 돌며 선에 대해 강연한 대표적 선불교 학자다. 에리히 프롬, 헤르만 헤세, 카를 융 등이 불교 사상에 관심을 보인 것도 그의 영향이 컸다. 그는 ‘계(戒) 정(定) 혜(慧)’ 등 불교용어를 선의 입장에서 설명한 뒤 부처의 사례를 통해 깨달음의 경지를 소개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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