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설날별미]서울 평창동 '가빈 아저씨네 소시지'

  • 입력 2002년 2월 7일 15시 53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빈 아저씨네 소시지’(02-396-0239). 모둠 갈비세트처럼 각종 주문 소시지로 구성된 ‘설날 선물세트’를 사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홀리데이에 먹을 주식”이라며 소시지를 사가는 외국인들도 상당수다. 헤드헌팅 기업인 유니코써치의 가빈 매케이 부사장이 직접 스코틀랜드식 소시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스코틀랜드가 고향인 매케이씨는 14년 전 외국계 기업의 컨설턴트로 한국에 와서 소시지와 럭비, 영국식 맥주가 없이 생활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슬픈 나날들”이었다고 표현한다. 럭비에 대한 갈증은 위성방송인 스타TV를 시청하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고, 외국 주류가 많이 수입되면서 맥주 역시 맘껏 먹을 수 있었지만 소시지만큼은 여전히 해결할 수 없었다.

“가공해서 파는 소시지는 플라스틱 막대기 같은 맛이었습니다. 양념도 너무 과했고요. 직접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필요가 우선이었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스코틀랜드 소시지’의 맛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주한 외국인들과 ‘브리티시 소시지 소사이어티’라는 음식 동아리를 만들고 평창동 집에서 소시지 파티를 열곤 했던 매케이씨는 지난해 10월 아예 가게를 차렸다. 지금은 회사일을 잠시 쉬면서 본격적으로 스코틀랜드식 소시지 생산과 판매에 나서고 있다.

치즈를 곁들인 소시지 파이

“프랑스식 소시지는 고기 입자가 너무 성글고 독일식은 너무 빡빡합니다. 스코틀랜드식은 고기 반죽의 정도가 적당해 쉽게 소화되고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매케이씨는 돼지 어깨살을 소시지의 원료로 쓴다. 빵가루를 비롯, 19가지 양념을 넣고 만든다. 소시지의 맛은 ‘반죽이 얼마나 잘 됐나’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케이씨는 “충분하게, 그러나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반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격은 7, 8개 1세트에 7000∼1만원. 허브 생강 꿀 칠리 마늘 겨자 김치소시지 등 10여종을 만들었으며, 이 중 김치소시지는 매운 맛이지만 ‘양배추에 소시지’를 그리워 하는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다. 요즘에는 시금치와 버섯 콩 오트밀을 넣고 만든 ‘야채 소시지’도 개발했다.

매케이씨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김치소시지, 으깬 감자, 에그 스크럼블, 양배추를 한 접시에 담고 막 뚜껑을 딴 흑맥주를 한 잔 곁들이는 것이다.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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