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남편의 실직이나 부도는 아내에게도 엄청난 좌절감을 안겨준다. 이해와 도움보다는 원망과 불평이 얼마든지 앞설 수 있다. 더욱이 평소 남편이 강압적으로 군림하려고만 드는 타입이었다면 복수심이 먼저 드는 것도 인지상정. 실제로 고약하게만 굴던 남자가 갑자기 의기소침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먹고 사는 걱정은 뒷전이고 우선 고소한 기분이 들더라고 고백하는 아내도 있다.
그러나 강한 남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좌절감도 더 심한 법이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한다 것 자체가 그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기 때문이다.
복수심을 품고 원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다.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죄책감을 덜고자 그 원인과 책임을 떠넘길 상대방을 찾는 것 또한 우리 무의식의 일면이다. 그러나 아예 결혼생활 자체를 위협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원망과 불평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그보다는 상대방의 마음과 처지를 헤아려 서로 힘이 되어주고자 애쓰는 것이 부부사이의 온전한 도리라고 한다면 너무 교과서적인가.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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