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양창순/「싸움」 내탓이라고 생각을…

  • 입력 1998년 5월 27일 19시 40분


부부가 함께 찾아왔다. 문제는 두 사람 사이의 끝없는 다툼. 아이들 문제 등으로 사소하게 시작한 싸움은 대번에 “넌 왜 인간이 그 모양이냐? 인생을 사는 방법 자체가 틀렸다” 등 인격적 비난으로 이어진다. 서로를 모욕하고 상처주는 것으로 끝나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부부간에 싸움은 필연적.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사는데 어찌 갈등이 없고 다툼이 없으랴. 다툼을 발전적 방향으로 이끄느냐, 파괴적 방향으로 이끄느냐가 문제일 뿐. 이것은 전적으로 두 사람이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부부면담을 청하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 병원에 오기 전까지 수없이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거의가 앞서 나온 부부처럼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원망으로 가득차 있다. 이는 감정의 폭발이지 대화가 아니다.

부부싸움을 할 때도 원칙이 있다. 첫번째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단호하게 말하되 부드러운 어조로 전달하는 것. 그리고 현재 시점의 문제만을 다루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다음 자기 제안에 대해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를 나눌 때 모든 문장은 ‘나’로 시작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당신이 이러면 슬프다”라는 말은 슬픈 감정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뜻. 하지만 “당신이 내 가슴을 찢어놓는다”라고 하면 내 슬픔의 책임이 전적으로 너에게 있다는 것. 당연히 더 큰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부부싸움을 긍정적인 것으로 승화시키고 싶다면 이런 원칙에 유머감각을 더할 것!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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