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양창순/「외도」용서했으면 재론 말라

  • 입력 1998년 5월 6일 19시 56분


부부가 찾아왔다. 남편이 말머리를 꺼냈다.

“몇년전 잠깐 바람을 피웠습니다. 아내가 알게 되어 갈등이 컸지요. 어쨌든 제가 잘못했으므로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지금까지 그 일로 괴롭힙니다. 사사건건 의심하고 제가 화를 내면 죄인이 무슨 할말이 있느냐고 야단입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몹시 흥분했다. ‘다 정리했다, 잘못했다’하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다 상처가 아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전화 한통 없이 매일 늦게 집에 오면서도 내가 뭐라 하면 화부터 낸다, 정말 참기 힘들다는 것이 아내 말의 요지.

배우자의 외도로 빚어지는 갈등과 상처는 치명적이게 마련이다. 특히 피해자쪽에서는 추락한 자존심 배신감 등의 감정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상처를 준 쪽에서 배려해야 한다. 믿음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피해자쪽에서는 상대의 잘못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혼할 것인지, 결혼생활을 계속할 것인지에 따라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정상인과 노이로제 환자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정상인은 자기가 세운 목표와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노이로제인 사람은 목표와 행동이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이 살기로 결심한 이상 지나간 일은 묻어두는 것이 좋다. 아무리 애써도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에 집착하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이 생겨나는 것이다. 부부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둘의 노력이 동시에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양찬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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