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중년의 흔들림」기댈 곳은 배우자뿐

  • 입력 1997년 3월 19일 08시 47분


생일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카리브해의 멋진 휴양지에 도착한 50세 남자가 아름다운 인어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 남자는 우여곡절끝에 집에 돌아왔지만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다 정신과의사를 찾게 됐다. 『의사 선생님, 인어와 사랑에 빠졌다는 제 말을 못 믿겠습니까』 이 말에 백발의 의사가 답했다. 『믿지요. 나도 50세 때 날아다니는 요정과 사랑에 빠졌거든요』 오래전에 본 외국영화의 내용이지만 50세를 전후한 남자들의 중년기 위기를 잘 보여준다. 50세에 이르면 점점 기울어지는 직업적 지위와 육체적 능력, 불안해지는 대인관계를 걱정하면서 한편으로는 과거의 이상에 못미치는 현재의 삶에 권태와 불만을 느낀다. 이러한 위기를 같이 나누거나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정서적인 지원자를 절실하게 찾게 된다. 문제는 아내가 이런 역할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데 있다. 아내도 나름대로의 중년기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의 내적 갈등을 감지하지 못하며 간혹 느끼더라도 현실을 위협하는 남편의 「무책임한」 흔들림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럴때 남편은 인어나 요정을 꿈꾸게 된다. 중년기 위기에서는 아내든 남편이든 서로의 정서적 필요를 좀더 세심하게 살피고 이해하며 배려해 주어야 한다. 서로 정서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최혜경(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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