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초독서증 사례]생후10개월부터 학습지 공부

  • 입력 1998년 11월 29일 20시 33분


▼혜민이의 경우〓만 32개월. 10개월째부터 1주일에 한번씩 교사가 찾아와 유아용 학습교재로 가르쳤다.

나이에 비해 많은 어휘를 알고 있으면서도 두돌이 지나도 단어를 전혀 연결하지 못했다. 공부를 몹시 싫어하고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무의미한 행동을 계속했다.

혜민이 엄마(31)는 “첫아이라 어떻게 놀아 줘야 할지 전혀 몰랐어요. 짬이 날 때마다 교재를 꺼내 그림카드와 낱말카드로 공부를 시켰어요”라고 말한다.

▼정우의 경우〓만 44개월. ‘맘마’ ‘엄마’라고 정상적으로 말을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말이 ‘끊어졌다’. 정우의 엄마(33)는 “세살 위인 정우의 형을 돌보느라 정우를 내버려 둔 시간이 많았어요. 남편이 미국에 출장갔을 때 사온 유아용 영어비디오를 매일 틀어줬죠. 애가 언제부턴가 영어비디오를 보여주지 않으면 울거나 투정을 부려요”라고 설명.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려하지 않고 길가의 가로등에 특히 과도한 애착을 보였다.

▼성준이의 경우〓만 47개월. 25개월부터 유아용 영어교재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엄마는 집안 곳곳에 ‘book’‘elephant’ 같은 단어카드를 붙여놓고 틈이 날 때마다 읽어줬다. 30개월경 영어동화책을 줄줄 읽어 천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동네 아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했고 부모와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 “배고플 때는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에 “배고파”라고 대답하는 등 단어만을 이해한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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